[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유흥업소 여실장과 함께 배우 고(故) 이선균(48·남)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된 20대 여성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실장과의 사이가 틀어지자 그의 마약 투약 증거를 경찰에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갈과 공갈미수 혐의로 최근 구속된 A(28·여)씨는 지난해 10월 유흥업소 여실장 B(29)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경찰에 제보했다. A씨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B씨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을 함께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의 결정적인 제보로 인해 지난해 10월 18일 경찰에 체포됐고 사흘 뒤 구속됐다.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A씨는 마약 투약 전과 6범인 B씨와 교도소에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 B씨 오피스텔 윗집에 살며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언니라고 부르며 매우 가깝게 지낸 B씨를 마약 투약범으로 경찰에 제보한 배경에 금전 문제와 이씨 협박 사건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둘 사이에 돈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경찰이 B씨를 구속하면 A씨가 자신이 이씨를 협박한 사건도 묻힐 거라고 계산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A씨는 B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경찰에 제보한 시기에 이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결국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이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그는 이씨 연락처를 알아낸 뒤 "(마약을 투약한) B씨를 구속시킬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며 "B씨에게 준 돈을 모두 회수하고 (나한테 줄) 2억원으로 마무리하자"고 이씨를 협박했다.
한편 이씨 측은 A씨와 B씨가 공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씨 측은 지난해 9월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는 B씨 말에 그에게 먼저 3억원을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일단 A씨와 B씨가 서로 짜고 함께 이씨를 협박하진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B씨를 협박한 인물을 A씨로 의심하면서도 또 다른 협박범이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사망했으나 공갈 사건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