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요코비키셔터’ 르포
근속수당 대신 직능급으로 보상
60~80대 비중 50% 이상 차지
능력 있다면 81세도 연봉 인상
“3페이지에 나오는 우리 회사 사진을 한번 봐주세요. 저희 직원 수는 총 34명입니다. 70대 이상이 8명이고, 81세이신 분도 계세요. 얼마 전까지 최고령 사원은 95세였지만, 최근 돌아가셨죠.”
1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東京) 아다치(足立)구 요코비키셔터 본사에서 만난 이치카와 신지로 사장(48)은 앙증맞은 ‘게’ 캐릭터가 그려진 회사 소개 자료를 나눠주면서 이렇게 소개했다. 이치카와 사장이 보여준 사진만 보면 사실 회사가 아닌 ‘경로당’ 기념사진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법하다. ▶관련기사 5면
실제 이 회사의 평균 연령은 57.9세다. 60대와 70대가 각각 9명과 8명으로 전체 34명의 직원 중 절반을 차지한다. 이어 40대가 6명, 50대가 5명, 30대가 4명 순이다. 20대와 80대도 각각 1명씩 있다.
요코비키셔터는 이치카와 사장의 부친이 1986년 4월 설립한 좌우로 여닫는 독특한 차고, 방범용, 특수 셔터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옆으로 미는 셔터’로도 유명하지만, 이 회사를 더 유명하게 만든 건 이차카와 사장이 소개한 높은 연령의 직원들이다.
요코비키셔터가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은 사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자 스스로도 고령자 고용의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이치카와 사장은 “고령 근로자 고용에 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고령 근로자들에게 일할 의욕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청년들은 이·전직이 쉽지만 고령자는 전직이 어려워 회사에서 고령이 될 때까지 일자리를 제공하면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에 일할 의욕은 항상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에는 30년 전 입사한 79세 여성 직원이 60세 이후 PC를 배워 경리와 사무를 담당하고 있고, 근속 연수 21년의 79세 공장 직원, 56세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 중인 73세 청각 장애 직원도 있다.
이미 고령인 사람을 채용하거나 기존 사원을 계속 고용하는 등 본인이 원하면 나이와 상관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의욕을 따라오지 못하는 ‘건강 문제’는 어떻게 할까. 그는 “고령 근로자는 고혈압 등 진단을 위해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가는데, 그럼 하루 정도 휴가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사 후 회사를 바로 그만두지 않느냐는 질문도 자주 듣는다”면서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연령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고용의 최대 난관은 ‘임금’이다. 우리나라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높은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워 고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65세이상 고용률이 3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유독 55~64세 고용률은 68.8%로 전세계 16위 수준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이 57.9세에 달하는 이 회사는 어떤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이치카와 사장은 “일본은 소위 종신고용이라고 해서 60세 또는 65세 정년으로 퇴직해서 재고용이 된다면 급여가 상당히 떨어진다”며 “정년을 맞이한다고 그 사람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만으로 급여를 깎지 않는다.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치카와 사장의 판단이다. 이 회사의 임금체계는 기본급, 직능급, 각종 수당,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직종에 따라 기본급이 각각 18만엔(157만원), 22만엔(190만원)씩 결정된다. 해가 바뀌어도 기본급은 거의 바뀌지 않지만, 성과에 따른 직능급은 매년 바뀐다. 초임 직능급은 8만엔(69만원)으로, 회사에 대한 공헌 등에 따라 직능급이 인상된다.
이치카와 사장은 “20~30년 근속한다면 보통 월 60만엔(519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 근속 수당은 없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똑같이 올라가는 건 공정치 않다”며 근속 수당을 폐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5면으로 계속
도쿄=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