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영화관 가서 팝콘이랑 음료수 사먹으면 3만원, 그 돈이면 OTT 구독하겠어요.”
“넷플릭스 요금 올라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에 1만5000원인 영화보다 낫네요.”
최근 연말 극장가의 기대작으로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약진으로 부진한 영화관 수요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흥행작 부재, 영화 티켓값 급등, 대체제 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부터 10월까지 전체 누적 관람객 수는 1억7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1억8191만명)의 55.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극장 누적 매출액도 1조239억원에 그쳤다. 팬데믹 이전 평균치인 1조6065억원의 68%에 불과하다.
앞서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추석 연휴에 ‘1947 보스톤,’ ‘거미집’ 등이 개봉했지만 뚜렷한 흥행 성적을 내지 못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추석 연휴 흥행 1위를 기록했음에도 누적 관객은 191만명에 그쳐 손익분기점인 약 24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 개봉한 ‘밀수’도 누적 관객 514만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다. 코로나19 이전에 나왔던 ‘엑시트’(942만명·2019년),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명·2018년), ‘택시운전사’(1218만명·2017년)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외부 변수도 있었다. 관객들이 영화관에 방문하는 대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OTT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작품들이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OTT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영화관 관람료 인상도 극장가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극장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3년 간 세 차례에 걸쳐 영화 관람료를 인상했다. 코로나 이전 8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던 티켓 가격은 현재 1만5000원(주말·2D 기준)까지 올랐다. 영화관 한번 가면 영화표 및 간식 비용을 합쳐 1인당 평균 3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럴바에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마음껏 보는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연말 기대작인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의 성적이 극장가의 연말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과 황정민이 출연하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11월 22일 개봉했으며 최소 400만명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