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여기 직원 안 뽑나요?”
24억원. 퇴직금이라고 해도 엄청난 금액인데 이를 무려 직원 1명씩한테 나눠준 회사가 있다. 창업주와 경영진은 회사의 발전에 헌신해 준 고마움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주인공은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약 2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콜옵션(call option)이란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장래의 특정 시점 또는 그 이전에 일정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이번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로 전환되는 주식 수는 13만1912주. 배정 시가 기준으로 보면 239억원 규모다. 회사는 이를 회사의 성과 공유 차원에서 임직원들에게 배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3월 콜옵션 행사 당시에도 임원 외 직원에게 43억원 규모(약 22만3370주, 배정 시 시가 기준 약 307억원)의 물량을 배정한 바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1년 2월 코스닥에 상장되기 전부터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및 콜옵션을 부여해 왔다. 지금까지 부여한 물량은 우리사주와 콜옵션을 합쳐 총 116만주에 이른다. 11월 1일 종가 기준으로 하면 약 1630억원 규모다.
회사는 그동안 우리사주 및 콜옵션 행사를 한 직원이 총 68명으로 1인당 평균 약 24억원을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출신인 오준호 창업주가 지난 2011년 설립했다. 로봇공학자인 오 창업주는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국내 최초의 이족 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했다. 현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오 창업주는 회사 지분 17.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배우자, 자녀, 등기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합친 보유 주식은 44.25%에 이른다. 오 창업주 다음으로 삼성전자가 14.8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 창업주와 경영진은 회사 초창기부터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고 있다. KAIST 교수 출신답게 회사 직원들은 KAIST 출신 박사와 석사 출신이 많다. 10월 기준 임직원 수는 75명인데 이 중 35%가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제품이 이족보행로봇, 협동로봇, 천문 관측용 시스템인 만큼 높은 과학 지식과 경험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오 창업주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약 5%(65만5625주. 현 시가 기준 약 915억)를 우리사주조합으로 양도하기도 했다. 해당 주식은 외국인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배정됐다. 35년간 교수로 재직한 KAIST에도 50억원을 기부했다.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21년 상장 후 2022년까지만 해도 1만7000원대에 머물렀지만 삼성전자가 투자를 한 것이 알려지며 2023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4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현재는 15만원대로 주춤한 상황이다. 시가총액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코스닥 순위 11위에 있다.
회사는 지난 해 매출 136억원,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매출 69억원, 영업손실 232억원을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보적인 로봇 기술로 관련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다”며 “이런 기업일수록 직원이 재산이기 마련인데 그걸 창업주는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