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속 활동 길어진 모기

10월 4주 서울서 604마리 채집

전주 대비 68마리 늘어

“아직도 있어?” 여름비 먹고 독해진 모기…가을에도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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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가을이 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던데…. 어젯밤에만 3마리를 잡았네요.” 수도권 아파트 고층에 거주하는 최모(31)씨는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창문을 열지 못 한다. 10월 말, 가을이 완연한 날씨에도 이곳저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모기 때문이다. 최씨는 “방충망을 닫아도 환풍구로 모기가 들어오고, 저녁 산책이라도 하면 바로 모기에 물린다”며 “아직도 모기가 있다니 여름에도 사지 않고 버틴 모기약을 이제라도 사야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첫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을 지나 입동(立冬)을 앞둔 요즘, 늦가을에도 모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여름 전국에 쏟아졌던 빗속에서 예년보다 많이 태어난 모기가 따뜻한 가을 날씨 속에서 활동을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1일 서울시 모기감시자료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 기준 모기 발생단계는 ‘2단계(관심)’이다. 서울시는 기상환경 등 모기가 발생하는 환경 요인에 따라 발생단계를 1단계(쾌적), 2단계(관심), 3단계(주의), 4단계(불쾌)로 나눠 공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시가 모기 발생단계를 2단계로 표시한 날은 총 19일이다.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성충 모기를 채집하는 서울시 유문등에 잡힌 모기는 총 604마리로, 전주 대비 오히려 68마리 늘었다. 대부분은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빨간집모기였다.

가을철 모기가 본격화된 것은 대략 재작년부터로 분석된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10월 들어서는 모기 발생단계 2단계 이상이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10월 첫째주까지 3·4단계가 번갈아 등장하다 이후론 사라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재작년 들어서는 2단계와 3단계가 각각 6일, 19일이었으며 지난해엔 각각 24일, 4일로 모기 발생량이 많은 날이 매년 늘었다.

이렇듯 모기 활동기간이 길어진 것은 온난화 영향이 크다. 한해 평균기온이 높아져 모기가 활동하는 13도 이상의 날씨가 많아지며 늦가을뿐 초봄에도 이르게 모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겨울이 짧아져 연초부터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르게 모기가 나타났다가, 폭염이 기승하는 7~8월엔 오히려 활동량이 줄어든다”며 “최근 낮 기온이 20도 안팎을 오가면서 모기가 활동하다 밤 시간엔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예년보다 많았던 강수량 역시 모기 활동량에 영향을 줬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부지방은 712.3㎜의 많은 비가 내려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우 교수는 “늦여름께 내린 빗속에서 태어난 모기가 늦게까지 활동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일교차가 15도까지 나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기 활동 역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준 아침 최저기온은 전국 3~12도로 나타났으며 낮 최고기온은 19~25도로 예보됐다. 이는 최저기온 1~11도, 최고기온 15~19도였던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이번주까지 일교차가 크고 맑은 날씨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