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내연 관계의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를 시도한 40대 여성이 피해자에게 용서 받아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을 살게 됐다.
대전고법 형사1부(송석봉 부장판사)는 20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41·여)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사건은 지난 3월 2일 낮 12시 30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한 편의점에서 일어났다. A씨는 내연남 B(47)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함께 일해 왔는데, 자신의 음주 문제로 다투다 B씨가 자녀들에게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편의점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던 B씨의 눈과 손등, 허벅지 등을 여러 차례 찔렀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살해할 고의가 없었으며 범행 당시 심신장애로 인해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편의점 진열대에 있던 흉기를 조끼 주머니에 넣어 미리 준비한 점, 피해자가 흉기를 빼앗기 전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왼쪽 눈을 실명하는 등 중대한 상해를 입었으나 피고인을 용서하고 이전 관계로 회복되길 바라면서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15년까지이지만,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 감경 요소로 적용됐다.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판결에 불복했고, 검사도 형이 너무 가벼우며 기각된 보호관찰 명령도 인용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이에 2심은 "피해자는 오른쪽 눈도 봉합 수술을 받는 등 양쪽 눈에 광범위한 감각 상실의 후유증을 겪게 됐다"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고 선처를 원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