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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개와 고양이의 사료에 들어가는 육류를 위해 연간 가축 70억 마리가 도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소비하는 축산 육류의 약 10분에 1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이를 식물성으로 바꾼다면, 도축을 줄이고 환경 오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주 그리피스대 앤드루 나이트 교수는 5일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공개했다.

나이트 교수는 전 세계 모든 고양이와 개의 먹이를 식물성 사료로 전환할 경우 어떤 효과가 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가 소비하는 축산 육류의 양은 인간이 소비하는 양의 5분의 1, 전 세계적으로는 10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미국의 모든 개와 고양이 사료를 식물성으로 전환하면 연간 약 20억 마리의 가축이, 전 세계 개와 고양이 먹이를 식물성으로 바꾸면 70억 마리의 가축이 도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까지 채식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효과가 훨씬 크다. 모든 미국인이 채식으로 전환하면 연간 78억마리, 전 세계인이 채식으로 바꾸면 713억 마리의 가축이 도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개와 고양이의 식물성 사료 전환은 환경에도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상 모든 개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개 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토지 면적이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보다 더 많이 감소하고, 고양이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독일보다 넓은 면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인간이 채식으로 전환할 때 줄어드는 축산용 토지 면적은 러시아와 인도를 합친 것보다 넓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모든 개의 사료가 식물성으로 바뀌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영국 전체 배출량보다 많이 감소하고, 고양이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이스라엘 배출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줄 것으로 전망됐다.

나이트 교수는 이 연구에는 반려동물 개체수와 동물의 에너지 요구량 데이터가 실제보다 낮게 반영됐을 수 있다며 식물성 사료 전환의 실제 환경적 이점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트 교수는 특히 최근 식물성 사료가 육류, 달걀, 유제품 등이 포함된 동물성 사료와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식물성 사료의 환경적 이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기준을 갖춘 회사가 생산하고 영양학적으로 완전한 식물성 사료를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