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공개돼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취재진에게 보낸 자필로 쓴 손편지가 공개됐다. 정씨는 가족에 대한 분노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학대 당한 증거는 없다고 썼다.
정유정이 취재진에 보낸 편지 내용은 지난 3일 JTBC 뉴스가 공개한 '악인취재기' 영상에 담겼다.
영상을 보면 정유정은 체포된 당일 호송되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유정아 왜 그랬냐. 거기(감옥) 가면 편하겠냐"고 묻자, 정유정은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다. (감옥 가면) 괴롭히는 사람은 없겠지. 있을까?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길 괴롭힌다고 주장했다.
편지는 지난달 4일 우편으로 띄운 것이다. 정유정은 편지에서 "지난달 서신 주셨는데 회신이 늦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이곳에서는 우표 한 장도 구매하는 날이 정해져 있는지라 본의 아니게 답장이 늦어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공판기일 날 기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속으로 많이 놀랐다. 그만큼 저의 죄가 중하다는 생각에 지금은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정유정은 JTBC에 편지를 보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가 자주 보는 채널이기도 했고 탐사보도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기자님께서 저에 대해 많이 궁금하신 점들도 있고 회신도 받지 못하시다 보니 할아버지가 거주하시는 집 앞으로 자주 찾아오시고 아버지 회사까지 미행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유정은 공소장에서 의붓할머니가 자신을 오래 학대해 트라우마가 생겨 온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터다.
이와 관련 그는 "개인적으로 제가 당했던 학대들은 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해서 증거가 없다. 탐사보도에 제가 어떤 일을 겪었다고 말한들 설득력과 증명력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그래도 저에 대해 어떤 부분이 궁금하신지 해서 답장을 쓰게 됐다"고 했다.
끝으로 정유정은 "처서가 지났음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을 것 같다. 시간 내어 서신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고 더위 조심하길 바란다"며 인사도 성실하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