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사상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달리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외려 골머리를 앓는 국가가 있어 주목된다. 이집트다. 이 나라의 인구는 국가의 경제 성장 속도와 비교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난, 실업난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압둘파타흐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급격한 인구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산아 제한 정책 시행을 주문했다. 엘 시시 대통령은 특히 "출산 규제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인구 과잉 문제는 이집트 사회 전반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교육과 의료에 쓸 정부 예산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 인구는 2000년 7137만명에서 10년이 흐른 2010년 8725만명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인구 1억명을 찍었다. 이집트의 합계 출산율은 3명에 가깝다. 유엔은 지금의 속도라면 2030년에는 이집트 인구가 1억2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 중이다.
엘 시시 대통령은 2014년 집권 후 "둘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산아 제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의 목표치는 2.11명이다. 하지만 2021년 합계출산율은 2.9명이었다.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다.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난은 서서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집트의 빈곤율(전체 인구 대비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은 2015년 27.8%에서 2020년 31.9%로 증가했다. 실업률도 7%대다. 지난해부터는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이런 이집트의 산아 제한 방침은 대한민국과는 정반대되는 방향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이는 통계청이 분기별 합계출산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0.7명)와 같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연도별 합계출산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부터 봤을 때도 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8명이다. 한국을 제외한 37국 모두 1명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