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강원도 정선군, 강원도 양구군, 강원도 홍천군, 강원도 철원군’.
이들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물론, 다 강원도다. 또 하나 있다. 바로 ‘술고래’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다. 순서대로 1~4위다. 전국 시·군·구 중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이들이 사는 상위 4개 지역이다.
강원도가 이 상위지역을 모두 독차지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건강을 해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는 이가 강원도에 유독 많다는, 우려스러운 성적표다.
질병관리청·지방자치단체·보건소·대학 등이 합동으로 조사한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강원도가 전국 시도에서 가장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음주의 기준은 이렇다. 한번 술자리에서 남성의 경우는 7잔 이상(혹은 맥주 5캔 이상), 여성의 경우는 5잔 이상(혹은 맥주 3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상태를 의미한다. 소주로 치면, 한번 마실 때 1병 이상을 마시고, 이런 술자리를 일주일에 이틀 이상 갖는 이들이다.
전국에서 가장 고위험음주를 하는 이들이 많은 지역이 강원도 정선군(22.1%)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꼴로 이 같은 음주를 즐긴다는 의미다. 그 뒤로도 강원 양구군(21.5%), 강원 홍천군(20.6%)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4위(강원 철원군, 20%)까지 1~4위가 모두 강원도 지역으로 20%를 넘겼다.
가장 고위험음주율이 낮은 지역은 세종 세종시였다. 6.1%에 그쳤다. 그 뒤로 전남 보성군(6.9%), 서울 종로구·경기 성남 분당구(7%) 등의 순이었다.
시도별로 봐도 당연히 강원도가 가장 ‘술고래’가 많았다. 16.1%로, 전년(14.4%)보다 늘었다. 전년보다 가장 많이 고위험음주율이 늘어난 지역은 울산으로 10.8%에서 13.8%로 3%p 증가했다.
서울은 10.6%로 부산(13.5%)·광주(11.8%) 등에 비해선 낮았고, 대전(9.9%)이나 대구(9.7%)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강원도나 울산 등 특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년보다 고위험음주율이 감소한 시도는 세종시와 광주시 2곳뿐이었고, 나머지 15개 시도는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즉, 대부분 지역에서 과음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여파로 술자리와 과음이 줄었으나,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라 다시 과음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나 당뇨병 환자들의 과음도 늘고 있다. 30세 이상 고혈압 진단 경험자의 고음주위험율은 전년 대비 2.4%p 증가했고, 30세 이상 당뇨병 진단 경험자의 고위험음주율도 1.6%p 늘었다.
과음과 건강수명도 당연히 연관 있다.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시·군·구 10개소 중 8개 지역의 건강수명이 전국 평균(70.9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주가 시급하단 의미다.
질병관리청 측은 “특히 음주 문화가 성행하는 여름 휴가철에 더욱 과음을 경계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절주나 금주를 꼭 실천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