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극단적 선택 일주일 전, ‘공개 질책’
피해자는 순직 인정… A씨, 징계위 정직 2개월 처분에 불복
법원 “비위 행위 결코 가볍지 않아, 정직 2개월 정당”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30대 부하 경찰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경찰 간부를 ‘정직 2개월’ 징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경찰 간부 A씨가 피해자에게 불합리한 비난을 함으로써 굴욕감마저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 송각엽)는 전 경기남부경찰청 평택경찰서 간부 A씨가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직장 내 갑질’은 2020년 10월, 피해자가 출근길에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유족 측이 “평소 피해자가 상관에게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밝히면서 공론화가 이뤄졌다. 사안을 조사한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2021년 3월, A씨에게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9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일주일 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피해자가 휴가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로 불러 “사건이 있으면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 “도대체 뭐 하는 거냐”며 15분간 질책했다. 당시 이를 목격한 이들은 “피해자가 열중쉬어 자세로 ‘예’, ‘예’ 답변만 반복했다”며 “넋이 나간 듯 표정이 아주 안 좋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다른 부하직원들한테도 폭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너는 왜 거지 새X끼처럼 옷을 입고 다니냐”, “육아휴직 했을 때 퇴직하지 뭣하러 복귀하냐”, “싸가지 없는 새X” 등 이었다. 그외 술자리가 끝난 뒤 당직 직원에게 관용차 운전을 시켜 귀가하는 등 부당한 지시도 있었다.
징계 처분에 대해 A씨는 불복했다. 경찰청장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냈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한 것에 대해선 “업무특성상 당연한 지적이나 가벼운 질책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그 외 폭언에 대해서도 “가벼운 농담이었다”며 징계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A씨는 피해자를 다른 직원들 앞에서 감정적인 망신을 주고, 불합리하게 비난했다”며 “이는 직급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징계 사유”라고 밝혔다.
이어 “(A씨의 폭언 내용은) 상대방의 열등감과 모멸감을 증폭시키거나, 능력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내용”이라며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인격 모독 발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 법원은 “A씨가 약 29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총 40회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긴 하다”면서도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정직 2개월은 정당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