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백신 맞는 게 더 아팠는데….”
서울에 사는 주부 A(41)씨는 코로나에 걸리는 게 두려워 백신을 4번 맞았다. 가족에게도 접종을 권해 남편과 양가 부모까지 모두 4차 접종을 마쳤다. 초등학생 두 아이에게도 백신을 맞게 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결국 지난해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다.
코로나19 백신을 여러 번 맞아도 예방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스터샷에 해당하는 3, 4차 접종이 큰 효과가 없었다.
최근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개최한 ‘코로나19 빅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에서 김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부장은 ‘코로나19 발생률과 사망률, 예방접종의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4차 접종까지 한 비율은 17.6%였다. 반면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비율도 16.8%나 됐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50세 이상으로 보면 4차 접종까지 한 비율은 45.9%다. 절반 정도가 백신을 4차례 맞은 것이다.
백신을 맞은 인구는 1차 4448만명, 2차 4395만명이었다. 3차까지 맞은 사람은 3244만명이었다. 하지만 4차 접종부터는 접종률이 크게 낮아진다. 4차는 990만명, 5차는 368만명이 백신을 맞았다.
백신 종류는 화이자 백신이 월등히 많았다. 전체 접종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은 약 60%의 점유율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 2차까지는 각각 25%, 21% 인구가 맞았지만 3차부터는 모더나가 30%로 많아졌다. 3차부터는 화이자의 2가 백신(화이자 BA.45)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백신을 여러 번 맞았다고 예방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 연구부장이 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1~4차 모두 접종 초기에는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예방 효과는 3~8개월간 지속됐다. 하지만 이후 시점부터 예방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차 접종 후 약 3개월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10~15% 정도의 예방 감소 효과가 있었지만 4개월 이후부터는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모두 동일했다.
50세 이상에서도 비슷했다. 50세 이상의 3차 접종 후 3개월 후부터 예방 효과가 차츰 사라졌다. 특히 2022년 초 오미크론이 발생하면서 3차 접종 효과는 급격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부장은 “분석에 따르면 23년 5월 이후 유통된 백신들의 추가 접종으로 발생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에는 코로나가 무서워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4차 접종까지 하게 했다”며 “백신을 맞고 후유증이 심각했는데 백신을 맞아도 예방 효과가 크지 않았다니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신 접종이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는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2022년 5월께부터 상대위험도 20~40% 수준의 안정적인 사망 예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50세 이상에서는 이때부터 사망 예방 효과가 상대위험도 20% 이하로 안정적으로 낮아진 후 지금까지 이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김 연구부장은 “전반적으로 50세 이상 고위험군에서 사망 예방 효과는 백신의 접종 차수와 접종시점, 종류를 불문하고 유사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현재로선 코로나 발생과 사망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백신인 만큼 고위험군이라면 추후에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