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보내준다” 가짜검사 으름장…의사는 40억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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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40대 의사 A 씨는 '가짜 검사'의 으름장에 속아 40억원을 넘겨줬다.

'가짜 검사' 일당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40억원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가 찾을 길이 없는 상태였다.

사연은 이랬다.

A 씨는 지난해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라고 속인 전화금융사기범과 통화했다.

사기범은 A 씨 계좌가 범죄수익 자금세탁에 쓰였다고 겁을 줬다. 이미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다며 메신저로 전송했다.

A 씨는 수사에 협조하면 약식 조사만 한다는 말에 속고 말았다.

그는 의심 없이 메신저로 전달된 링크를 눌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A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실제로 계좌가 자금세탁에 쓰였다는 말 뿐이었다.

이는 앱의 설계였다. 이들이 설치하라고 한 앱은 경찰이나 검찰, 금융감독원 등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전화금융사기 일당에게 연결되도록 돼있었다.

A 씨는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하려면 재산 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가짜 검사의 말에 넘어갔다.

그는 예금, 보험, 주식과 함께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40억원을 일당에게 넘겨줬다.

일당은 경찰 수사로 붙잡혔지만, A 씨의 40억원은 찾을 길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A 씨 사례처럼 최첨단 통신기술을 활용한 전화금융사기가 출현해 직업·학력·경력과 무관하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범행 수법을 미리 숙지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주소가 쓰인 '미끼문자'를 확인하지 말고,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를 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가로채는 '악성 앱'을 조심하라고 했다.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고, 보안 유지를 거론하며 주변에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면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