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삼성 베껴도 안 팔려” 이러니 망한다는 소문까지 ‘굴욕’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 4’, 오포의 ‘파인드 N2 플립’. [유튜브 ‘钟文泽’ 캡처]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베끼면 뭐하나? 안 팔리는데”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와 유사한 디자인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던 중국 업체가 올 1분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러다 후발주자인 구글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유럽 시장 철수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의 점유율은 3%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점유율은 5%였다. 오포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주춤한 상황에서 그 빈 자리를 꿰차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서유럽 시장에서 최근 오포의 출하량 추이를 보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올 1분기 70만대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 기록한 140만대 대비 무려 53% 급감했다. 상위 5개 업체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이 소비 감소로 침체에 빠져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부진의 골이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무리 삼성 베껴도 안 팔려” 이러니 망한다는 소문까지 ‘굴욕’
2023년 1분기 서유럽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분포. [카날리스(Canalys) 자료]

특히 올 1분기는 오포가 ‘갤럭시 Z플립4’와 똑 닮은 접는 폰 ‘파인드 N2 플립’을 야심차게 선보이며 의욕적으로 뛰었들었던 시기라 더욱 뼈 아플 수밖에 없다.

오포는 위아래로 접는 폰을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에서도 해당 제품을 전시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오포의 제품은 갤럭시 Z플립4처럼 커버 디스플레이와 두 개의 카메라 렌즈를 배열한 디자인으로 삼성전자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갤럭시 Z플립4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1.9인치인 반면 오포의 제품은 3.26인치로 2배 가까이 크다.

“아무리 삼성 베껴도 안 팔려” 이러니 망한다는 소문까지 ‘굴욕’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의 폴더블폰 '파인드 N'(왼쪽)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 3'. [유튜브 채널 ‘Gadgets Compare’ 캡처]

앞서 오포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또 다른 접는 폰 ‘갤럭시 Z폴드’와 똑같은 ‘파인드 N’을 출시하는 등 폴더블폰 시장에서 유사 디자인의 제품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포는 지난 2020년 일본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2~3년 내 유럽 시장에서 10~15%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로선 목표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카날리스와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오포가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지만 곧 구글, 모토로라 공세에 자리를 위협받으며 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구글은 최근 자사 첫 접는 폰 ‘픽셀 폴드’를 출시했다. 모토로라도 다음달 1일 미국에서 폴더블폰 신작 ‘레이저40 울트라’를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주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오포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삼성 베껴도 안 팔려” 이러니 망한다는 소문까지 ‘굴욕’
중국인 유튜버가 삼성전자의 '갤럭시Z 플립4'와 중국 오포(OPPO)의 '파인드N2 플립'을 비교한 모습. [유튜브 채널 文]

이미 지난 3월부터 오포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오포 측은 일축했지만 소문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오포가 노키아와 5G 특허기술 사용을 두고 소송전에 패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독일 법원은 오포가 비용을 지불하기 않고 노키아의 5G 특허 기술을 사용했다며 오포의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했다.

한편, 오포의 유럽 시장 철수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서유럽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지켰지만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출하량이 1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