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A씨는 코로나 19 당시 생활비를 위해 휴대폰 대출업자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넘기고 대가로 현금(휴대폰깡)을 받았다. 월세 보증금에 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3개의 카드에서 각각 30만원씩 연체액이 생겼지만 연체 수수료가 너무 높아 갚지 못했다. 그러자 독촉 알림과 함께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신용불량자가 됐다.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출을 급격히 늘렸던 청년층(20~39세)의 부채상환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코로나19 기간동안 전세가격이 급격히 뛰며, 전세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크게 늘었는데 금리가 인상되며 그들의 소비 여력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20대의 경우 기준금리가 1%포인트(p) 인상될 때마다 60대 대비 8.4배 더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때 전세 들어간 2030…대출 ‘급증’
김미루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이 저금리 시기에 중장년층에 비해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총대출 중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은 약 82.4~85%인 반면, 중장년층의 총대출 중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은 약 63.5~73.1%로 나타났다. 또 주택구입여력이 부족한 청년충의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약 30%로 중장년층(5.6%)에 비해 24.4%포인트(p) 높았다.
특히 2020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는데, 주택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임차 비중이 높은 청년층의 부채는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전세자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원금상환분을 고려하지 않고, 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버팀목대출 등 전세자금 정책금융이 존재해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금리 오르면 20대 특히 더 힘들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자 이같이 청년의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2030의 소비가 급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연구위원이 국내 신용평가사의 차주 단위 미시자료를 이용해 경제주체별 소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른 대출보유 차주의 연간 소비는 약 13만2000원(0.5%) 감소하며, 특히 청년층(30대 이하)의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 특히 20대의 감소폭은 60대 이상의 8.4배에 달하는 등 소득수준보다 연령에 따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부채가 많은 청년층 중에서도 소득수준이 낮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차주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보유 상위 50% 청년 중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폭은 고소득층 소비 감소폭의 약 3배에 달했다.
이에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적으로 분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활할 기회를 확대해 단기 상환부담을 경감하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일 할 시간이 많이 남은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간에 걸쳐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돌려막기’ 등으로 채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