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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은 물고기인데 몸속엔 인간?” 이 작은 ‘열대어’에 난리 났다
실험동물로 사용되는 제브라피쉬[KIST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인간 유전자와 80%가 유사하다.”

통상 떠올리기 쉬운 건 돼지나 오랑우탄 등이다. 아니다. 이 주인공은 바로 물고기, 그것도 커봤자 4cm에 불과한 열대어, 제브라피쉬다. 관상용으로도 널리 키우는 열대어다.

요즘 제약업계가 이 열대어에 빠졌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유용하게 쓰여서다. 인간에 필요한 약을 이 열대어로 시험하는 셈. 쥐, 영장류 등 동물실험을 대체하면서 실험 비용도 줄일 수 있고, 개발기간도 단축된다.

제브라피쉬(zebra fish)는 잉어과에 속하는 인도산 열대어. 푸른색 몸에 흰색 줄무늬가 얼룩무늬 같다 해서 제브라피쉬로 불린다. 성체 크기가 4㎝ 정도로 크지 않고 특유의 형광 물질을 가지고 있다. 키우기 어렵지 않아 관상어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제브라피쉬 모습[블로그 화면 갈무리]

JW중외제약은 최근 제브라피쉬 모델 전문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제핏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은 자체 신약 후보물질의 적응증 확장과 신규 혁신신약 과제에 제브라피쉬 모델을 활용할 예정이다. 제핏은 국내에서 최초로 제브라피쉬를 활용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제약사가 제브라피쉬를 활용해 신약개발에 나선 건 이 물고기가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 제브라피쉬학회 관계자는 “제브라피쉬는 인간과 일반적으로 유전 구조가 70%, 단백질 구조로 보면 80% 정도 유사하다”며 “이미 미국, 유럽 제약사들은 제브라피쉬를 약물의 초기 검증 과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는 물론 국내 기초연구기관에서 제프라피쉬를 활용한 실험은 수 년 전부터 진행 중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원이 제브라피쉬를 활용해 독성평가 스크리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JW중외제약 연구진[JW중외제약 제공]

제브라피쉬를 임상시험에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제브라피쉬 암컷은 일주일 간격으로 1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돼 성체가 되기까지 3개월이 걸린다. 많은 실험 대상을 빠른 시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JW중외 측에 따르면 동물실험 비용을 기존 포유류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실험 결과도 포유류와 유사한 수준이다. 제브라피쉬 연구논문에 따르면, 포유류 실험과 비교했을때 최대 91% 일치율을 보였다.

물론, 제브라피쉬로만 실험이 끝나는 건 아니다. 통상 제약업계는 제브라피쉬로 1차 동물실험을 하고, 이를 통해 약물 후보를 거른 다음 더 인간과 유전 구조가 비슷한 마우스(쥐)나 영장류(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다. 쥐와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97% 일치한다.

JW중외제약은 제브라피쉬를 가지고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제브라피쉬의 연구 영역은 뇌신경질환(파킨슨, 자폐), 심장질환, 대사성질환(당뇨, 비만), 피부질환(아토피), 종양(위암, 간암, 췌장암) 등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동물실험을 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데 쥐나 영장류가 아닌 어류로 하게 되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신약 개발도 빨라질 수 있고, 비용도 그만큼 줄일 수 있어 보다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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