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등 수입 무기체계 대다수 ‘자료 시험평가’
3년간 5조8703억 가운데 2조7396억이 ‘자료평가’ 대체
“자료 도입, 고장 잦아… 글로벌호크 정비비 한해 1839억”
엄동환 방사청장 “불가피한 측면 있다… 한미 관계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최근 3년간 국내에 도입된 무기체계 가운데 자료만 보고 구매한 액수가 전체의 절반(47%)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로만 평가한 무기체계는 잦은 고장과 낮은 운용률 등으로 도입 이후에도 연간 수천억대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미국 등 해외에서 도입하는 무기체계다. 방위사업청 측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헤럴드경제가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지난 ‘3년간 무기체계 시험평가 현황’에 따르면 ‘자료에 의한 시험평가’ 무기체계 구입건수는 14건으로 항공기항재밍GPS체계 사업(4800억원) 등 모두 2조7396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실물에 의한 시험평가’ 무기체계 구입건수는 20건에 3조130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만 보고 무기체계를 도입한 액수를 비율로 환산하면 47%에 이른다.
현행 방위사업법은 ‘실물에 의한 시험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국방부 시행령으로 ‘자료에 의한 시험평가’도 병행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료평가’가 가능토록 한 항목으로는 ▷개발중이어서 시제품이 없는 경우 등이다. 문제는 이처럼 자료만으로 무기체계 도입을 결정할 경우 잦은 고장과 운영유지 비용이 천문학적이란 데 있다. 한국이 ‘유료 베타 테스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예컨대 2019년~2021년에 도입된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4대)는 매년 20여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지난 한해 정비비로만 1839억원이 소요됐다. 가동률은 50%였다. 7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40대를 구입한 F35A의 경우 비행불능상태 등 모두 234건(2021년~2022년 상반기)의 문제가 발생했고 군수지원비는 매년 2000억원대가 소요된다. 2012년 도입이 완료된 항공통제기는 4대 운영에 운영유지비가 10년간 5600억원이 소요됐고, 한해 평균 100일씩 정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국산 무기 체계의 경우 가혹할만큼 엄격한 시험평가를 거치는 탓에 도입이 연기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산 소형무장헬기의 경우 강설조건 미충족으로 도입이 보류됐고, 155mm 사거리연장탄의 경우 혹서기와 혹한기 시험 과정에서 77개 항목 가운데 5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해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또 위성위치보고장치는 외국산 잭 사용이 문제가 돼 도입이 연기됐다.
‘실물평가’로 분류된 항목 역시 문제가 있다. 한국측 인사들이 식비와 항공료를 모두 세금으로 지불하고 해외에 나가서 해당국이 제공하는 시험평가 결과만을 보고온 뒤 ‘실물평가’가 이뤄졌다 기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1조원대 해상작전헬기 도입엔 한국측 인사 10명이 항공료 등 모두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해당국을 방문했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인사가 해외를 방문해 ‘실물평가’를 하는데 사용된 항공료 및 숙박비 등 예산은 4억원에 육박한다.
설훈 의원은 “우리가 구매를 할 때 우리 세금으로 항공료 숙박료를 직접 내고 그 나라에 가서 그나라 군인이 시험평가하는 것을 구경하고 ‘실물평가’를 했다고 쓴다”며 “상식적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우리나라에 무기를 가지고 와서 우리 운이 운용해볼 수 있도록 한 뒤 구매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외 구매 장비 대부분은 미국에서 첨단 전력 위주의 장비룰 구매하고 있다”며 “국방을 위해서 전력에 시급한 부분에 대해서 긴요한 장비들이다. 실물평가가 바람직하나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