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의 풍선개 원형 모습(왼쪽), 전시장에서 최소 100조각 이상으로 깨진 풍선개의 조각. [아트 윈우드 홈페이지,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이 부서졌다. 'VIP' 관객의 실수로 5000만원 넘는 작품은 산산조각났다. 제프 쿤스는 생존 작가 중 최고가 판매 기록을 보유 중인 예술가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지난 16일 오후 미국 마이애미에서 '아트 윈우드' 아트페어 개막을 맞이해 열린 VIP 프리뷰 행사에서 한 여성 방문객이 쿤스의 '풍선개'(Ballon Dog)를 손으로 두드렸고, 이 때문에 받침대에서 떨어진 작품은 최소 100조각 이상으로 산산조각났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의 최소 가치는 4만2000달러(약 5500만원)로 추정된다.

당시 장면을 본 미술작가 겸 수집가인 스티븐 갬슨은 지역 언론에 "이 여성은 진짜 풍선인지 알아보기 위해 만진 것 같다"고 했다.

해프닝도 벌어졌다. 애초 계획된 행위예술인 줄 알고 다른 관객들이 몰려든 것이다. 관객들은 이 여성의 얼굴이 당혹감에 새빨개지는 것을 본 후에야 돌발 사고라는 점을 인지했다. 조각을 깬 여성은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쿤스의 작품 '풍선개'는 수천점에 이른다. 다양한 색깔, 크기, 재료로 제작됐다. 당시 작품을 둔 벨에어파인아트 갤러리 측에 따르면 이번에 깨진 작품은 높이 40㎝, 길이 48㎝의 파란색 자기 조각상이다.

아트페어는 산산조각난 '풍선개' 조각에 대해 보험사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의 한 아트페어에서 VIP 관객 실수로 박살 난 제프 쿤스의 '풍선개'[트위터 캡처]

다만 이번에 깨진 조각도 비싸게 팔릴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갬슨은 갤러리 측에 깨진 조각을 팔 의향이 있느냐고 문의했고, 갤러리는 판매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 일로 인해 뜻하지 않게 쿤스 수집가들은 표정관리를 하게 됐다. 세드릭 보에로 펠에어파인아트갤러리 프랑스 지역 책임자는 쿤스의 파란색 '풍선개' 조각이 799개에서 798개로 줄었다고 했다. 희소성과 가치가 높아졌다며 "수집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한편 쿤스의 오렌지색 '풍선개'는 지난 2013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5840만 달러에 낙찰됐다. 쿤스는 이 덕에 살아있는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 기록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9030만 달러)에 의해 깨졌다. 하지만 쿤스의 또 다른 작품 '토끼'가 2019년 9107만5000달러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