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럭은 빠졌다고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송재열(45) 씨는 배달 전문 횟집에서 모둠회를 주문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광어, 연어, 숭어, 농어로 구성된 모둠회에 정작 국민 횟감인 우럭이 쏙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다. 결국 송씨는 주문 메뉴를 바꿨다. 그는 “우럭회 대신 가격이 저렴한 생굴 1㎏을 구입해 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우럭 몸값이 금값이 됐다. 최근 1년 반 만에 가격이 2~3배 가까이 오른 우럭 가격이 3주 만에 또 올랐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하면 우럭 회 한 점당 1000원꼴로, “소주에 우럭 한 점”이라는 말을 쉽사리 꺼낼 수 없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우럭 1마리 가격, 한달만에 50% ‘껑충’…“서비스도 못줄 정도”
27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1월 3주차 우럭 300g 가격(1만2000원)은 전주 대비 17% 올랐다. 지난달 전통 시장에서 8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우럭 한 마리 몸값은 한 달 만에 4000원(인상률 50%)이나 뛰었다.
26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활우럭 낙찰고가는 ㎏당 2만8000원에 달했다. 바로 전주(2만2000원)보다 27% 오른 가격이다. 같은 날 활우럭 도매 수량도 전주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인 박훈재 씨는 “(우럭의 경우) 예년 같았으면 10만원어치 사면 매운탕 거리로 한 마리를 서비스로 주곤 했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1㎏에 2만원대로 가격이 치솟아 (서비스를)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파로 수온 낮아진 영향도…가격 하락 때까지 최소 반년 예상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횟감인 우럭 값이 오른 데는 장기적 요인과 단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외식이 뜸해진 탓에 양식장에서 물량을 크게 줄인 게 주효한 이유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고수온 현상 영향으로 우럭이 집단 폐사하면서, 우럭 출하량이 최근 6년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역대급 한파가 찾아오면서 평년에 비해 수온이 낮아져 우럭 어획량이 감소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맹추위로 인해 활꽃게가 잠시 판매대에서 사라졌을 정도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5일 저수온주의보를 신규 발표했다. 현재 서해 연안과 전남 도암만·득량만·가막만·여자만, 경남 사천만·강진만 등이 저수온경보·주의보 발표 해역이다.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우럭 가격이 한풀 꺾이기까지는 최소 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마트 수산물 바이어는 “지금 우럭 양식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에서 선호하는 주요 사이즈나 횟감용으로 크기에는 아직 1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고시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