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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을 가지고 노는 남자,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국제갤러리 코라크릿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 개최

태국출신 현대미술작가로 뉴욕과 방콕을 오가며 활동하는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36)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K3에서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열린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이야기들은 창조와 파멸의 순환에 불을 붙인다”

태국 출신의 세계적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36)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미지, 상징, 기도’를 제목으로 내 세운 전시는 탄생과 소멸의 상징으로 불을 내세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불은 선시시대부터 인간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신성부터 다양한 의미로 확대되며, 불에 타고 난 재는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존재하는 불은 그 자체로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로 유명하며 지난 5년동안 13개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트리뷰가 매년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하는 ‘파워 100’에서 88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회화로만 구성됐다. 작가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나 회화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나에겐 다 같은 작업”이라면서도 전시장 바닥은 흙과 페인트를 섞어 불타버리고 남은 땅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벽을 따라서는 작가가 직접 쓴 기도문을 부조로 새겼다. “태초에 발견이 있었다 / 잠을 방해하는 새로운 악몽 / 혼란에 질서를 부여할 필요 / 우리는 외면당한 기도를 통해 이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 격번 너머에 광휘 있고 / 통합에 대한 향수 / 애도의 땅에서 / 공기에, 잡을 수 없는 것에, 당신을 맡긴다 / 유령은 갖지 못한다, 아무것도”

국제갤러리 3관(K3)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 설치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모든 것이 타 버리고 새로이 시작해야하는 검은 땅 위에 ‘역사 회화’연작과 ‘빈 공간(하늘 회화)’연작이 걸렸다. 2012년 시작한 역사 회화 연작은 탈색한 청바지를 불에 태우고, 그 이미지를 촬영·프린트 한 뒤 그 위에 타고 남은 청바지를 붙이는 작업이다. 작가의 대표 시리즈로 꼽힌다. “청바지는 가장 미국스럽고 또한 서구의 정체성을 지닌 옷이지만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흔하다. 서구위주의 글로벌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아이템”이라는 작가는 이를 태우고 붙임으로서, 서구사회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편입되어버린 자신과 같은이들을 은유한다.

타서 구멍뚤린 청바지 아래로 보이는 불의 이미지는 독특한 강렬함을 선사한다. 검게 그을린 자국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땅의 모습처럼도 보인다. “경계선에 집중해달라. 실제 회화작업이 끝나는 지점과 촬영(다큐멘테이션)을 통해 시작하는 지점이 합쳐진다. 실제 존재로 현존하는 몸과 우리 기억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몸을 단절 없이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작가의 작업은 ‘시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시간의 내부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시간의 외부에서 초월적 사고를 한다. 모든 것을 환원 불가능한 상태로 태워버리는 불과 그 결과물인 재를 끌어들이는 이 여정을 통해 작가는 창조와 파멸의 우주적 순환구조에 대해 말한다. “불을 피우면 사람들은 그 주위로 모여든다. 선사시대부터 캠프파이어에 이르기까지 늘 그랬다. 전시는 불 안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인 그런 불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전시는 1월 29일까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As I lay me down to sleep, I hear you speak to me… See you again in a world where roses bloom. There the angels will always sing and everyday words will sound like a love song., 2022, Burnt bleached denim on inkjet print on canvas, 218.4 x 162.6 cm, ⓒ artist and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 제공]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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