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직후 찾아 트로피 안겨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카타르 월드컵 16강행 결승포의 주인공 황희찬(울버햄프턴)이 귀국하자마자 '손목 키스' 세리머니의 주인공인 조부모를 찾아가 트로피를 안겼다.
황희찬은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7일 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대표팀 훈련복을 입은 상태 그대로, 어릴 때부터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겹게 앉은 모습이다. 할머니 품에는 황희찬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인 포르투갈전에서 받은 '최우수 선수상'(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가 안겨져 있다.
황희찬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결승골을 넣은 뒤 손목에 입맞춤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골 세리머리를 한 뒤 왼쪽 손목에 입을 맞췄는데, 그 손목엔 이 두 사람,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문신은 조부모가 자필로 써준 한자 이름을 그대로 새긴 것으로, 그는 종종 골세리머니 이후 손목에 입맞춤을 해 왔다.
황희찬은 손목에 문신을 새길 정도로 조부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유년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몇 년 전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인생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라며 "골을 넣을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제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감사하신 분들이고, 항상 마음속에 품고 같이 뛴다는 마음으로 문신을 새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해외에서 뛰는 황희찬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다정하게 영상 통화를 하는 모습도 전해졌다.
그의 조부모 역시 손자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거동이 편치 않은 할머니는 황희찬이 출국할 때 휠체어를 타고서까지 공항을 찾아 덕담을 건네며 배웅하곤 했다.
한편 황희찬은 전날 귀국 후 인터뷰에서 "이제 막 월드컵이 끝났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결과를 즐기고 싶다"며 "국가대표팀에서뿐만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초반 경기엔 출전하지 못했던 황희찬은 "3차전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몸이 어떻게 되더라도 뛰고 싶더라"며 "다 나아서 (감독님이) 출전을 선택하실 수 있게 준비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가게 돼서 다행이었다. 골로 16강에 갈 수 있어서 기뻤고, 한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희찬은 국내에서 휴식 후 잉글랜드로 복귀해 오는 21일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3라운드(16강에서) 질링엄FC(잉글랜드 4부리그)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