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담그는 아프리카 윤 [블랙유니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의 한 '셀럽'이 김치 등 한식을 먹고 1년사이 체중 50kg을 감량했다고 해 화제다.

미국 내 한인 단체 미주한인위원회(CKA)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아프리카 윤(44)은 지난 12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은 15년 전 한인 할머니 덕에 한식을 접할 수 있었다.

작가, 사회활동가, TV쇼 진행자 등으로 인지도를 높이던 윤은 당시 뉴저지의 한 빵집에서 "넌 너무 뚱뚱해"라는 말을 들었다. 버터크림 빵을 시식한 뒤 여섯 봉지를 사려던 찰나였다. 뒤를 돌아보니 트렌치코트 차림의 할머니가 서 있었다. 할머니는 윤이 들고 있는 빵을 손수 빵집 주인에게 돌려줬다.

윤은 할머니에게 대들지 않았다. 어른을 공경해야 하는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저는 뭘 먹으라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한국 음식. 한식이 최고다"라고 했다.

윤과 할머니의 인연은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 1년간 계속됐다.

두 사람은 일요일마다 한인 마트인 H 마트에서 한식 식자재 위주로 장을 봤다. 스트레스에 따른 폭식으로 고도 비만을 찍었던 윤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에 채소 반찬 중심으로 식단을 바꿨다. 매일 운동했다. 당시 윤의 몸무게는 114kg이었다. 첫 달에만 13kg이 빠졌다. 1년 뒤 50kg을 감량했다.

윤은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했다. 현재 세 아이 엄마다. 지금도 65~68kg을 유지 중이다. 윤은 "쌍둥이를 낳고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도 한식과 함께 한 덕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윤은 특히 김치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윤은 "미국에서 김치는 '슈퍼푸드'로 통한다.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고 살도 빠질 수 있다고 알려졌다"고 했다. 김치 중 배추김치를 가장 좋아하는 윤은 시어머니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운 후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근다.

아프리카 윤의 남편과 세 아이[블랙유니콘]

윤은 다만 갑자기 사라진 할머니를 지금도 찾지 못했다.

할머니가 한인이라는 점만 알 뿐 나이와 사는 곳, 연락처도 모른다. 이름은 '김수'로 알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윤은 대신 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업 블랙유니콘을 세워 한국을 알리는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코리안 쿠킹 프렌즈'를 운영하며 한식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도 한다.

윤은 지난해 10월 주미한국대사관과 한식진흥원 등이 주최한 'K푸드 비디오 콘테스트'에서 김치를 주제로 한 영상으로 2위에 올랐다.

미주한인위원회는 한국인이 아닌 그를 올해 '임브레이스 유니티상(Embrace Unity Award) 수상자로 선정했다.

윤은 "미국에서도 한인이 많은 지역에서 자랐기에 어릴 때부터 한인들과 자주 어울렸다"며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한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쁜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