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포함 동북권 수급지수 70선 붕괴 눈앞
갈수록 집 산다는 사람 더 없어…지수 최저치
올 들어 2~3%대 하락, 지난해 상승분 반납중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40대 A씨는 올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기존에 살고 있던 노원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당초 새로 매수한 집에 입주하기 전까지 6~7개월 정도 여유를 두면 충분히 팔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예 집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어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분위기가 이 정도로 가라앉을 줄은 몰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가족들과 지인 도움을 받아 잔금은 어떻게 치르더라도 얼떨결에 2주택자가 돼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지내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 “집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서울에서도 매수심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위축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매수심리 악화는 매주 집값 하락폭 확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0일 기준) ‘노도강’ 지역 등이 속한 동북권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0.4로, 전주(71.0)보다 더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아파트 시장 내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서울 5대 권역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까지 추락한 건 동북권이 유일하다. 그만큼 매수심리가 악화됐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가파른 집값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집값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은 노원·도봉구(-0.40%)였다.
시계를 넓혀봐도 노원·도봉구는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많이 내린 지역 1·2위로 꼽혔다. 이들 지역의 하락률은 각각 -3.98%, -3.88%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이 노원·도봉구(8.58%, 5.65%)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강북구 역시 올 들어 2.82% 하락하며 지난해(3.51%) 상승분을 반납 중이다.
개별 단지로 보면 최고 8억~9억원대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5억~6억원대에 팔리는 등 고점보다 수억원씩 내린 가격에 매매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우방유쉘’ 84㎡(이하 전용면적·18층)는 지난달 13일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나온 최고가보다 2억6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같은 지역의 ‘상계주공12단지’ 66㎡(15층)도 고점 대비 2억4200만원 내린 5억9800원에 손바뀜했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60㎡(5층)는 이달 4일 6억6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8월 실거래가 대비 3억1700만원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부동산 시장 내 거래절벽과 가격 하향 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강북권의 낙폭이 큰 것은 앞서 20·30대가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 몰리면서 가격도 부풀려졌기 때문”이라며 “빅스텝을 거치면서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