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공사비 600만원 찍은 뒤 1년도 안돼 100만원 ↑

사직2구역·정릉골 재개발 각각 공사비 770만원·740만원

2년도 안 된 한남3구역과 비교해도 공사비 150만원 증가

시공사 이미 선정한 조합들도 ‘공사비 증액 요구할까’ 걱정

[단독] 평당 공사비 사상 첫 700만원대…시공비 급등에 분양가 인상 초읽기 [부동산360]
원자재 가격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평당 공사비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재개발조합에서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며 3.3㎡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훌쩍 넘긴 곳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순 강남에서 3.3㎡당 공사비가 600만원이 처음으로 나온 뒤 불과 1년 만에 다시 100만원이 넘게 오른 것이라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진은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최근 원자잿값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평당 공사비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재개발조합에서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며 3.3㎡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훌쩍 넘긴 곳이 나왔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건축 등 ‘미니 재건축’이 아닌 일반재개발사업에서 3.3㎡당 700만원이 넘는 공사비가 책정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순 강남권에서 3.3㎡당 공사비가 600만원을 처음 넘은 뒤 불과 1년 만에 다시 100만원이 넘게 오른 것이라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 사직동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내면서 예정 공사비로 1767억5796만원을 책정했다. 3.3㎡당 공사비로 계산하면 770만원 수준이다. 사업은 사직동 일대 3만4261.5㎡를 대상으로, 지하 3층~지상 12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14개동, 456가구를 짓는다. 업계에서는 고급화 전략이 필수인 강남권도 아니고, 소규모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사업이 아닌데도 3.3㎡당 800만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제안한 것을 두고 놀랍다는 반응이다.

3.3㎡당 공사비가 700만원이 넘는 사업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북구 정릉동에서 재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정릉골구역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도 최근 예정 공사비로 6027억8792만원을 책정했는데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740만원 수준이다. 정릉골구역 재개발은 지하 2층~지상 4층 80개동, 1411가구의 저층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천재진 정릉골재개발조합장은 “고층 아파트가 아닌 4층 높이의 저층주택으로 여러 동을 짓는 탓에 엘리베이터 등 자재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가격이 높다”며 “고급화 전략까지 추구해 어쩔 수 없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저층 높이로 짓는 주택이어도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이같이 높은 공사비가 책정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중저층 위주로 지어지며 건축물 동수가 197개동에 달하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과 비교했다. 한남3구역은 2020년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을 때 고급화 전략을 크게 내세우며 3.3㎡당 공사비를 598만원으로 제시했는데 600만원도 안 되는 액수가 당시는 업계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높은 공사비였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과 정릉골을 비교할 때 불과 2년 만에 150만원, 즉 25%가 넘게 오른 것”이라며 “그러지 않고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조합들에서도 인정한 셈”이라고 했다.

이처럼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자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마친 조합들도 걱정이다. 시공사 선정 후 실착공 때까지 4~5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도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비가 조 단위를 넘는 거대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들이 계약 과정에서도 사업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주 자체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조합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한 재건축단지 조합장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나중 소비자지수가 아닌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해줄 것을 시공사가 요구했다”며 “조합원들은 최대한 저렴하게 공사를 진행하려고 하지만 시공사는 저렴한 가격으로는 사업 진행 자체가 힘들다는 상황에서 중간에 끼어 난감한 입장”이라고 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년 전보다 4.8%가 상승한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같은 기간 14% 올랐다. 1년에 10%가 넘게 오르는 공사비지수가 나중 공사비에 복리로 반영될 때 큰 폭의 공사비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제야 시장 상황이 반영된 합리적인 액수라며, 반기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당분간 이어질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측이 안 되는 만큼 오른 공사비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그나마 물량을 확보해놓은 대형 건설사들은 상황이 좀 낫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건설회사들은 자재를 구할 수 없어 공사 진행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700만원이 넘는 금액)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가격이 낮다고 아우성”이라며 “물가 상승이 이렇게 가파를 경우 고급화 전략을 짜는 강남권 사업지들의 경우 800, 900만원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결국 분양가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며 “6월 이내로 개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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