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임명 장관 51명 중 17명 ‘겸직’
유연성·추진력, 국정 이해도 ‘강점’이나
삼권분립 원칙 훼손 전문성 하락 ‘비판’
선거 관리 주무…행안부는 3명 다 겸직
친문 성향 의원, 장관으로 대거 기용돼
尹 1차 내각, 18명 후보 중 4명…22%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은 인사 3명 중 1명은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거 관리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장관을 지낸 3명은 모두 현역 의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 겸직 장관은 유연함과 국정 과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강점이다. ‘현역의원 불패신화’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인사청문회 정국도 비교적 수월히 넘어갈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늘공’(직업 공무원)보다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고,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데서 비판 받을 부분도 상당하다.
문 정부의 의원 겸직 장관 비율은 과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견줘봐도 단연 압도적이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꾸린 18개 부처 ‘1기 내각’과 비교해도 큰 비율이다.
24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인사혁신처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51명 중 33.3%(17명)이 당시 국회의원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문 정부가 들어선 후 의원 신분으로 가장 먼저 장관직에 오른 인사들은 당시 김부겸·김영춘·도종환 민주당 의원이다. 각각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 전신)·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했다. 이어 2018년에는 김현미·김영주·이개호·진선미·유은혜 의원이 각각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여성가족부·교육부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2019년에는 진영·박영선 의원이 행정안전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합류했고, 2020년에는 이인영·추미애·전해철 의원이 통일부·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이 됐다. 지난해에는 박범계·황희·한정애·권칠승 의원이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의 의원 겸직 장관 비율은 11.8%(76명 중 9명)였다. 이명박 정부는 22.4%(49명 중 11명), 박근혜 정부는 20.9%(43명 중 9명)였다. 문 정부 들어 의원 겸직 장관이 된 인사가 10%포인트 이상 많아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윤 당선인이 1기 내각으로 지명한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의원 겸직 인사는 권영세·박진·추경호·이영 의원 등 전체의 22.2%(18명 중 4명)다.
의원 겸직 장관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추진력·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 지근 거리에서 정치를 한 만큼 국정 과제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선 특히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이 장관으로 대거 기용됐다. 현직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마친 만큼 낙마 부담도 비교적 작다. 하지만 인력 운용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일은 단점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약화되고, 행정부가 여당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 전문성 하락도 비판 지점이다. 한 전직 의원은 “상임위원회 경험이 풍부한 중진 의원이라 해도 국회 본연 업무인 ‘감시’와 실제 업무 이행은 차이가 있다”며 “오랜기간 같은 기관에 몸 담은 관료 이상의 전문성을 갖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69년 3선 개헌 때부터 허용됐다. 1963년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장관 등을 겸할 수 없다’는 규정을 뒀다. 3선 개선 당시 이를 고쳐 의원이 총리·장관을 겸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