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따라 그 이상도 검토, 인플레 올해 정점 후 하락”

“우크라 사태 영향 불확실…예상치 못하게 전개될 수 있어”

파월 “2주 뒤 기준금리 0.25%P 인상할 것…우크라 사태는 게임체인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F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2일(현지시간) 이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인 가운데, 러시아 침공 전에 불거졌던 0.5%포인트 인상 주장은 누그러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훨씬 웃돌고 강력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우리는 이달 회의에서 연방 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는 게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0.25%포인트 인상 지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금리를 더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고, 3월 인상설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0.00∼0.25%로, 사실상 제로 금리이다.

연준 위원 다수가 파월 의장과 같은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완만한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지만, 일부 위원들은 0.5%포인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 된다.

연준은 당시 기준금리가 연 2.25∼2.50%까지 높아졌다가 경기가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자 2019년 10월 1.50%까지 낮췄고,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차기 FOMC는 오는 15∼16일에 열린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이 회의에서 향후 몇 달간 긴축 정책이 어느 범위까지 얼마나 빨리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일부 지침을 제공하면서 금리와 경제에 대한 새로운 분기별 추정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 높아질 경우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정책 조정을 이동시키는 과정은 연방 금리 목표 인상과 연준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것 모두를 수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은 물론 그간의 채권 매입으로 비대해진 연준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도 병행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거의 9조 달러에 달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대차대조표 축소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금리 인상 직후에 들어갈 연준 자산 정리는 "주로 재투자 조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고용주들은 일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떠나 수년 동안에 가장 빠른 속도로 임금이 상승하고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장기적인 팽창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는 물가 안정 환경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속되는 전쟁, 제재,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그것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이며 "매우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것 같다"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정책 지원을 없앨 필요성은 변치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에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립하려면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향후 데이터와 전개되는 전망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작년 12월 FOMC에서 지난 11∼12월에 각각 150억 달러씩 축소해왔던 자산매입 규모를 올해 1월부터 두 배인 3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대유행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1천200억 달러씩 사들여 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이번 달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금리인상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지만, 전쟁이 경제에 대해 미칠 영향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3일에는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