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
‘끈질긴 외교의 시대’ 언급하며 동맹 협력 강조
“미국, 테이블에 돌아왔다”
‘중국’ 단어는 사용 안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전(戰) 종료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역량을 집중해 중국을 견제하고, 글로벌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 등 국제사회의 협력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명시적으로 중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와 전염병 대유행 등을 거론하며 세계가 ‘역사적 변곡점’, ‘결정적인 10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종전을 ‘끈질긴(relentless) 전쟁의 시기’를 끝내고 ‘끈질긴 외교의 새 시대’를 연 것이라고 평가하고, 군사력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고 해외에서 분명하고 달성 가능한 군사 임무에만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와의 협력, 특히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 내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고립주의 성향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결별을 유엔 연설에서 다시 한번 공언한 셈이다.
그는 “우리는 혼자 진행하진 않을 것”, “동맹, 파트너와 함께 이끌 것”이라며 “국제포럼, 특히 유엔에서 공동 과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국제적 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는 테이블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쿼드(Quad) 등 동맹과 관여 사례,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파리기후변화협정 재가입 사실을 열거했다.
또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 달러, 전세계적인 기아 퇴치를 위해 10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무역과 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추가할 것이라며 노동권, 환경, 지식재산권 보호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외교안보 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초점을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며 “우리는 유엔과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동맹, 파트너들과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며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압, 허위정보 유포 등을 악의적 행동의 사례로 꼽았다.
다만 그는 “우리는 신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뉜 세계를 추구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다른 분야에서 강한 불일치가 있다고 해도 공동 과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화하고 추구하는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등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보다는 외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AFP통신은 유럽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동맹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