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용기를 이유로 환불”…뿔난 쿠팡 사장들 집단 반발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배달 용기 찌그러졌다고 환불, 음식 맛 없다고 환불…막무가내 환불 때문에 못 살겠다!”

음식점주들이 쿠팡이츠에 약관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우튀김 1개에 이상이 있다며 전액 환불과 사과를 요구하는 소비자를 상대하던 도중 음식점주가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쿠팡이츠의 약관이 음식점주들에게 불리하게 규정돼있어, 고객의 무리한 환불 요구나 부당한 요구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배달앱을 통한 리뷰 테러, 부당한 환불 요구 등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배달 앱(애플리케이션)들은 ‘주문 중개’ 플랫폼이라는 점을 이유로, 소비자와 음식점의 분쟁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찌그러진 용기를 이유로 환불”…뿔난 쿠팡 사장들 집단 반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가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 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

28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7개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새우튀김 갑질 방조한 쿠팡이츠의 불공정약관심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리뷰·별점 제도, 환불 규정 미비 등으로 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리뷰 테러, 무리한 환불 등이 블랙컨슈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점주에게 불리하게 설정된 약관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쿠팡이츠 서비스의 판매자 이용약관을 보면 판매자의 귀책, 사정으로 인한 환불 절차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규정돼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에 대한 점주 보호 장치는 마련돼있지 않다.

예컨대 쿠팡이츠 서비스 판매자 이용약관 제18조는 ▷판매자 사정으로 결제 상품 구매·조리 불가능하거나 사용에 불편 초래(미공지 휴무, 재고 부족, 이물질 발생 등) ▷상품 구매 시 계약 사항 및 이용조건과 실제 서비스 내용이 상이한 경우(상품 내용 변경 및 오표기, 임의적 변경, 일반고객과의 차별) 쿠팡이츠가 임의로 고객에게 환불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비용과 책임은 판매자 부담이다. 이 경우 판매자는 상품 판매 대금의 10%(최소 1000원)를 ‘고객보상금’으로 쿠팡이츠에 지급해야 한다.

판매자 귀책으로 음식이 잘못 배달된 경우에는 배달 요금도 부담해야 한다. 고객이 이미 음식을 먹었거나, 회수를 거부하거나, 부재하는 경우에는 음식을 반환 받을 수도 없다. 이때문에 구체적인 문제 제기 없이 ‘막무가내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존재했다. 시민단체는 ▷개인적인 취향과 입맛, 찌그러진 용기를 이유로 한 환불 요구 ▷조작 리뷰로 환불 요구 등 피해 사례도 공개했다.

“찌그러진 용기를 이유로 환불”…뿔난 쿠팡 사장들 집단 반발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잘못 배달된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해당 화면을 공유한 배달 기사는 일부러 잘못된 주소를 적어 오배달을 이유로 환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캡처]

단체는 “급격하게 성장하는 배달앱에 대한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종속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약관을 통해 무리한 환불 요구 시 대책을 마련하고 소비자와 점주 간 분쟁 발생 시 쿠팡이츠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는 논란이 일자 지난 22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 ▷점주 보호 위한 전담조직 신설 ▷전담 상담사 배치·교육 강화 ▷리뷰 댓글 기능 도입 ▷악성리뷰 신고 절차 개선 ▷음식·배달 만족도 평가 분리 강화 등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이 소비자와 맺는 이용약관을 시정토록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의 법률상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한 조항, 일방적인 계약 해지 조항 등 4개 유형의 조항이다. 해당 약관 심사는 배달앱 소비자가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하면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