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실종 印소녀, 500m 떨어진 애인집서 ‘기막힌 동거’
11년간 비밀동거를 이어온 라만과 사지샤 커플 [데일리스타 캡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인도에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11년 전 실종된 소녀가 500m 떨어진 애인 집에서 숨어 살고 있었던 것. 이유는 양쪽 집안의 종교가 달라 교제를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인도 남부에서 2010년 사라진 한 여성이 발견됐다. 사지샤(29)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실종 당시 18세였다.

사지샤가 사라지자 가족과 경찰은 필사적인 수색을 이어갔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그러나 이달 초 '사지샤 실종사건'은 뜻밖의 전개를 맞았다.

11년전 실종 印소녀, 500m 떨어진 애인집서 ‘기막힌 동거’
[데일리스타 캡처]

사지샤는 지난 8일 30대 한 남성과 함께 인근 마을에서 발견됐다. 사연은 이랬다.

사지샤는 2010년 2월 한밤중 자발적으로 집을 나와 약 500m떨어진 이웃 마을로 향했다. 연인인 아린츄바틸 라만(34)에게로 간 것. 그는 서로 다른 종교 탓에 라만과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고 끝내 가출을 택했다. '사랑의 도피'인 셈이다.

라만은 당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자신의 방을 열쇠로 잠그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의 가족은 사지샤의 존재를 11년간 눈치채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지샤는 헤드폰으로 작은 TV를 시청하며 대부분의 하루를 보냈다. 빨래는 실내에서 말렸으며 라만의 부모가 집에 없을 때만 창 밖으로 나왔다. 라만의 이웃은 "창문 격자가 여러 개 떼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지샤와 라만의 '기막힌 동거'는 그러나, 11년 만에 들통났다. 아들이 34세 나이에도 결혼을 하지 않자 그의 부모가 신부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다. 가족과 불화는 잦아졌고 라만은 3개월 전 사지샤와 함께 집을 나왔다.

이들 커플을 발견한 것은 트럭 운전사인 라만의 형 바시르였다. 바시르는 지난 8일 다른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동생을 발견했다. 라만은 사지샤와 둘이서 집을 빌려 살고 있었다.

바시르는 "동생이 아내를 맞이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았지만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며 "그러던 어느 날 부모와 싸우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가끔 정신착란 같은 행동을 했고, 누군가가 자기 방에 들어가려고 하면 폭력적으로 변했다"며 "식사도 자기 방으로 가져가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낮에는 모두 일하러 가기 때문에 동생과 사지샤가 집에 단둘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지샤는 발견된 이후 "라만과 함께 살고 싶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에 법원은 라만에 혐의가 없다고 보고 이들의 동거를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