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로 카페모카 팔았더니…“남는 건 단돈 235원”
최소 주문금액을 5000원으로 설정하고 고객에게 2000원의 배달비를 받고 있는 한 자영업자의 쿠팡이츠 페이지. 만약 고객이 녹차모카 한 잔만 주문했다면 자영업자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235원에 불과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배달비 안 받는 가게, 도저히 이해 불가… 혹시 건물주 분들인가요?”

쿠팡이츠의 배달수수료 정책을 두고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객을 늘리기 위해 모든 배달비 부담을 가게가 책임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같은 ‘치킨 게임’에 합류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배달비 징수를 고집한다면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이츠에 입점해 배달 영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자영업자 A씨. A씨는 쿠팡이츠가 서비스를 개시하던 초반에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 배달비 무료 혜택(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올 4월부터는 다소 늦게 가입한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배달수수료 5000원을 내야 했다. 늘어난 배달비 부담을 조금이라고 덜기 위해 주문금액 하한을 설정하고, 배달수수료 중 2000원은 고객에게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달비를 고객과 나눠 내기로 하자마자 매출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경쟁 식당들은 고객에게 배달비를 부과하지 않고 혼자서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우리 가게만 눈치 없이 배달비를 받고 있었다. 배달비 무료로 하시는 사장님들, 왜 그러시는 건가”라고 물었다.

쿠팡이츠로 카페모카 팔았더니…“남는 건 단돈 235원”
[망고보드]

A씨가 지난 4월 큰 고민 없이 고객에게 배달비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의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할 때 내야 할 비용은 배달수수료 5000원뿐만이 아니다. 주문 중개수수료 1000원과 카드수수료 및 앱 사용료 3%(매출액 대비)도 추가로 내야 한다. 배달수수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 낼 수 있지만 만약 점주가 전부 책임진다면 1만원 음식을 팔았을 때 손에 쥐게 되는 돈은 3070원에 불과하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가게의 경우 최소 주문금액을 5000원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예컨대 배달 영업을 하는 카페에서 5000원짜리 카페모카 한 잔을 판매했다고 해보자. 고객에게 배달비 2000원을 부과한다고 해도 입금되는 돈은 235원에 불과하다. 원재료값까지 고려하면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최소 주문금액을 5000원으로 설정해두고 배달비조차 받지 않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또 다른 누리꾼은 ‘세금까지 내면 남는 건 더 적을 텐데 이해할 수 없다. 망하거나 박리다매로 겨우 먹고사는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