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美, 브라질과 함께 망신”
분담금 액수 예측 실수로 체납
올 예산에 반영해 미납금 납부
외통위 “국제위상에 부정적 영향”
한국이 국제연합(UN)에 매년 내야 하는 분담금 액수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난해 ‘분담금 미납국’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미납한 분담금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모두 납부했지만, 세계에서 11번째로 분담금을 많이 내고 있는 한국이 미납국 리스트에 올랐던 것은 외교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국회 결산 과정에서 나왔다.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작성한 ‘2019회계연도 외교부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유엔이 지정한 정규예산 분담금 6320만9094달러(750억2000만원) 중 981만4달러(116억4000만원)를 제 때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엔은 한국을 2019년 정규예산 분담금 미납국으로 분류했는데, 유엔 분담률 상위 13개국 중 지난해 미납국은 미국과 브라질, 한국 3개국뿐이다. 중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분담률 상위국 대부분이 분담금을 완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체 분담금 중 15% 가까운 액수를 미납한 정부는 올해 예산에 미납금을 반영해 부족분을 완납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11번째로 분담금을 많이 내고 있는 한국이 미납국 리스트에 올랐던 것을 두고 국회 결산 과정에서 “외교 망신”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매년 큰 규모의 유엔 정규예산을 분담하고 있음에도 예산 미배정으로 인해 2019년도 분담금 미납국으로 분류됐다”며 “이는 우리 정부의 국제적 위상 및 영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 정규예산을 미납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당초 지난해 예산에 반영했던 분담금 예상치보다 유엔이 많은 액수를 책정해 연내 분담금 납부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은 각국의 3년 주기 국민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지난해 분담률(2.267%)이 정부 예측치(2.188%)보다 높게 잡혔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과 정부의 회계 시점 차이 탓에 예상보다 높아진 유엔 분담금 요구액을 그해 예산에 반영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편성된 예산인 5339만9090달러는 지난해 1월 납부했고, 남은 미납금은 재정당국과 협의해 올해 모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는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은 매 회계연도 초에 1회 납부로 완납하고 있는데 비해 함께 지출되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분담금은 연중 수시 분할 납부된다”며 “두 예산을 통합 관리했다면 미납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유엔의 분담금 미납국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외통위 관계자는 “지난 2018년도 결산 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이 지적됐지만, 정부가 실익이 낮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결국 지난해 분담금 미납국에 오르는 불명예를 갖게 됐다. 두 예산 사업을 통합하면 예산 부족으로 미납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대 때 외교부에 국제기구 분담금 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국제기구 분담금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보고서는 “21대 국회에서도 통합적인 분담금 관리 방안을 위해 재발의 된 ‘국제기구 분담금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바탕으로 관계기관 간 협의 및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 노력도 강화하겠다”며 2021년도 예산에서 국제분담금을 대폭 인상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제분담금은 5387억원으로 지난해(5075억원)보다 313억원 인상됐다. 강문규ㆍ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