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수십만명 민스크에 모여 대통령 퇴진 운동
EU 연대 속 26년 철권 정치 벨라루스 변화 관심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퇴진 시위가 열흘 연속 이어지고 있다.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수도 민스크에 모여 부정 선거에 항의하고 있다. 야권에선 대통령 선거 무효화와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도 잇따라 시위대에 연대를 표시하면서 26년간 이어지고 있는 벨라루스의 철권 정치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국제기준에 맞지도 않았다”며, “EU는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해 제재를 곧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단호하게 그들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벨라루스 국민의 권리를 지지한다”며 강력한 연대의 뜻을 표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베를린에서 취재진에게 “그 선거에서 대규모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벨라루스 국민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치러진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80% 이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야권 대선 후보인 스베틀라나 티하높스카야(37)를 지지해온 벨라루스 국민들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연일 대통령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EU는 평화적으로 펼쳐지는 시위에 대해 벨라루스 당국이 폭력적으로 진압한 것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열흘간 이어진 시위에서 5명이 숨졌으며, 7000명 가까이 체포됐다.
하지만 EU는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입장까지는 내놓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친서방 정책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벨라루스 야권에서는 대선 무효화와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센코 대통령의 정권 이양을 위해 구성된 야권 조정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지난 9일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선관위원들을 선출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들 야권 조정위원회를 정권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며 대응을 경고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대와 노조 등의 압박에 “권력을 나눌 수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날 야권의 조정위원회에 대해선 “권력 찬탈을 목적으로 한 이중적인 기관 창설은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은 상당수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며, “누군가가 정부에 무릎을 꿇고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다”면서 시위대에 대한 강경 방침을 시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정국 혼란을 가져오는 시위대 뒤에 폴란드가 배후 세력으로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경 군대를 강화하는 등 외부와 차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