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회장 “글로벌 뇌관 제거할 기회”
레이 달리오 “현금흐름 좋은 기업, 매력↑”
워런 버핏, 급락 국면에 540억 투자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밀어넣은 가운데, 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 등 '투자 귀재'들의 조언에도 이목이 쏠린다. '가치투자'의 대가 버핏은 "주가 급락은 좋은 회사를 싸게 살 기회"라며 최근 수백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헤지펀드의 대부 달리오는 "현금 창출 능력이 높은 일부 회사들의 매력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표적 가치투자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도 이들과 맥을 같이하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했다. 하락률 기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 15일(7.84%) 이후 최대이고,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패닉 셀'(공포감에 의한 투매)이 지속될 수 있는 국면에서 전 세계 투자 대가들의 침착한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주식 사들이는 워런 버핏=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말 델타항공 주식 97만 6000주를 4530만달러(약 538억원)에 사들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관광 수요 급감으로 최근 한 달 주가가 15% 가량 떨어지는 등 공포가 반영되던 때였다.
앞서 버핏 회장은 지난달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델타항공의 주가 급락에 대해 "주가 급락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며 "사람들은 싼값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성 자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누적되는 등 버핏 회장은 투자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급락 국면에 그간 쌓아왔던 투자 실탄을 활용한 것이다.
▶현금 많은 기업 주목하는 레이 달리오=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 또한 '위기 속의 기회'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펀더멘털에 대한 깊은 분석보다는 현금유동성에 대한 압박의 영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미엄을 노리고 옵션을 매도했던 투자자들이 대표적이다.
달리오 회장은 "우리는 이같은 움직임을 펀더멘털 측면에서 매우 적절치 않은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흔들리고 도태되는 과정에서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기업들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달리오 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시 '역설 투자' 강조하고 나선 강방천=국내에서는 '가치투자 1세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위기는 기회이니 인내를 갖고 펀드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스피 지수가 4% 넘게 급락한 전날, 강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투자자 관점에서는 오히려 역설적인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 촉매로 작용해 1등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져,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라는 대형 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회장은 대형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고객들과 직접 소통해 왔다. 이번 서신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9년 만에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