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 기대에 경기지표도 바닥 신호…미중 성장둔화·반도체 경기가 관건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우리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내년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의 증가세 반전 가능성에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등으로 올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를 바닥으로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란 진단이다.

관건은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와 반도체 경기의 향방이다.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미중 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우리경제의 회복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회복되더라도 빠른 회복보다는 미약한 반등 또는 ‘L자형’ 횡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6일 각 기관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은 우리경제가 올해 2.0%, 내년에는 2.3%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들과 같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정부는 내년에 2.2~2.3% 이상의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엇갈리는 경제전망] 경기침체 속 바닥론 ‘고개’…빠른 회복 어렵고 미약한 반등~‘L자형’ 횡보 가능성

민간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은 이보다 낮지만, 대체로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우리경제가 올 4분기에 바닥을 보일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그동안 글로벌 경제를 짓눌렀던 미중 무역분쟁이 일시 중단되고 세계경제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과, 반도체 경기도 내년에 회복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무역갈등 완화와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로 세계경제가 내년 1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고, KIET는 가트너와 IHS 등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의 분석을 인용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큰폭 감소한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지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2017년 3분기 이후 2년 동안 줄곧 동반 하락세를 보였던 경기 동행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8월 이후 시차를 두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10차례 경기수축기의 평균 지속기간이 18개월이었다는 점에서 저점과 반등 시점이 멀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개선되더라도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동반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OECD는 미 경제가 올해 2.3% 성장에서 내년에는 2.0%로 둔화되고, 중국도 올해 6.2% 성장에서 내년에는 5.7%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우에 따라선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를 밑돌며 경착륙해 우리경제에 쇼크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도 관건이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 기관들은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회복 시점을 올 3분기에서 4분기로, 다시 내년 상반기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KDI는 미중 무역분쟁 등 위험이 재부각될 경우 경제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도 저물가 및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해 더욱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