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車수출 4년만에 증가 전환…SUV 인기·신차 효과 등 영향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올해 우리 자동차의 대(對)미국 수출이 4년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자동차 232조) 조치 적용 여부 결정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로선 우리나라는 232조 적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예측하기 쉽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봤을 때 완전히 안심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대(對) 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111억7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7%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015년 19.3% 이후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한국산 자동차 대미 수출은 연간 기준 2016년 -10.9%, 2017년 -6.4%, 2018년 -6.9%로 3년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 것은 팰리세이드 등 준대형 SUV 출시 등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SUV 판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현대차는 10월 한달 간 미국 시장에서 5만7094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달보다 판매 실적을 8.4% 끌어올렸다. 특히 현대차 SUV 판매 대수는 3만2140대로 10월 판매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도 1∼9월 기준 7.7%로 전년보다 0.2%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로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자동차 232조 조치 적용 여부 결정시한이 오는 13일로 임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본, 유럽연합(EU)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5월 17일(현지시간)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해당 결정을 6개월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 시한이 11월 13일이다.
현재로선 한국은 232조 적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유예의 이유로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 최근에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개정 한미 FTA를 발효한 한국은 일단 미국의 표적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미 FTA 개정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하게 불만을 제기해온 대미 무역흑자 역시 7% 가까이 감소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미국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EU이며 한국은 한미 FTA 개정 등의 영향으로 제외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 역시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한국이 자동차 232조 적용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 일본, 그 외 다른 나라와 좋은 대화를 가졌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한국 면제 관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봤을 때 완전히 안심하긴 어렵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한 차례 더 유예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큰 폭 늘어난 것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 업계가 미리 수출물량을 많이 밀어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