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GPS 위치추적기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위치추적기 불법 사용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49) 씨가 GPS 위치추적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추적한 사실이 알려졌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두달전 도난차량 추적용도로 판매하는 위치추적기를 서울 모처에서 구입한 후 범죄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위치추적기는 전파관리소와 통신위원회에 등록돼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판매 상품이다.
때문에 합법적으로 생산된 제품 GPS 위치추적기일지라도 구매자가 마음만 먹으면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흥신소 등에서 배우자를 미행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GPS 위치추적기는 온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위치추적기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했다. 김 씨는 당시 ‘도난 차량 추적 등 정해진 용도 외에는 GPS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쉽게 싸인할 수 있는 서약서 한장으로는 범죄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온라인에서 GPS 위치추적기를 구입하는 절차는 더더욱 간단하다. 대다수 제품이 결제만 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제재방법은 없다. 불법촬영 범죄에 지속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초소형카메라가 별다른 규제 없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GPS 위치추적기 판매업체들은 자신들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한 판매자는 “GPS 위치추적기는 본래 미아방지 혹은 치매 노인 실종 방지 같은 건강한 이유로 제작했다”며 “판매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방지책도 딱히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GPS 제품을 불법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구매 절차가 좀 더 복잡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품을 구입할 때 구매자의 신상정보 및 구입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구입하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일반 판매자가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도 있어야 하고, 구입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기관 역시도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