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분당서울대병원은 뇌신경센터 김범준(신경과) 교수팀이 국제적 뇌졸중 표준 진료지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뇌졸중협회(ASA)’의 진료지침을 새롭게 개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월 미국심장협회와 미국뇌졸중협회가 주도한 국제 뇌졸중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이번 개정판 가이드라인은 출간 시점에서 알려진 최신 연구결과를 근거로 출간된 문서인 만큼,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내서이기에 국내외 뇌졸중 학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개된 가이드라인의 정식 명칭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위한 조기 관리 가이드라인(AHA/ASA 2018 Guidelines for the Early Management of Patients With Acute Ischemic Stroke)’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연구,美 뇌졸중 진료지침 바꿨다

이번 개정판 진료지침 중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해당 항목은 바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인 정맥 내 혈전 용해제 투여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 동안 정맥 내 혈전 용해제 치료를 실시한 후 24시간 이내에서는 출혈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항혈전제를 추가로 투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는 1990년대 초에 수행된 대규모 임상 시험의 수행 원칙에서 비롯된 결과로 정작 24시간 이내에 경구용 항혈전제를 투여했을 때 실제로 출혈 위험성의 증가 여부에 대한 연구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기에 항혈전제를 투여할 때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허혈성 뇌졸중의 재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도 제기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혈관재개통 치료를 받은 7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로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조기에 항혈전제를 투여했을 때 출혈성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혈관재개통 치료 이후 경구 항혈전제 투여 시점을 기준으로 조기투여군 456명(64%)과 표준투여군 256명(36%)으로 분류하여 진행됐다. 이 중 출혈성 합병증은 조기투여군에서 122명(26.8%), 표준투여군에서 88명(34.4%) 발생하여, 뇌출혈 발생 가능성이 조기투여군에서 표준투여군보다 4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출혈성 합병증은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경도의 출혈성 전환이 포함됐다.

비록 이번 연구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항혈전제 조기 투여 시 출혈 발생이 감소한다고 전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출혈 발생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확인한데 의미가 큰 연구로 평기된다. 미국심장학회 진료지침 편집진은 이 연구 결과를 단독으로 인용해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

김범준 교수는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 데이터로 국제 진료지침을 개정하였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나라의 뇌졸중 치료 수준과 연구 신뢰도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반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