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 없애고 ‘유골 화장’ 증가…윤달엔 급증 -사망자 5명 중 4명 화장…장묘문화도 급변 [헤럴드경제=강문규ㆍ유오상 기자]서울에 사는 강모(65ㆍ여) 씨는 이번 추석연휴 처음으로 성묘를 하지 않는다. 부모님 묘가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지난 3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포크레인을 불러 30여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팠다. 아버지와 함께 화장해 납골당에 모시기 위해였다. 강 씨는 “그동안 벌초 등 어머니의 무덤 관리를 두고 여러차례 고성이 오간 적이 있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형제들이 개묘해 화장하기로 함께 합의를 했다. 이어 “부모님의 묘가 없어서 서운하기는 하지만 관리하기 힘든 묘가 2개나 되는 건 더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나도 부모님 묘를 관리하기 힘든데 우리 자식은 어떻겠나? 자식들에게 특히 짐이 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시부모님 무덤은 이미 10년전 개묘해 화장을 해서 모두 서울 근교에 모셨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묘지를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하거나 명절마다 먼 지역 선산에 찾아와야하는 경우, 짐을 자식에게 지우기 싫다며 자연장이나 화장을 유언으로 남기는 부모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관리가 어려운 묘지를 없애 후손들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것으로, 강씨처럼 아예 부모님 매장 묘를 파헤치고 다시 화장을 하는 ‘개장 유골 화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29일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 e하늘에 따르면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2014년 7만71건, 2015년 4만799건, 지난해 5만9711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개장 유골 화장은 윤달(양력 6월 24일~7월 22일) 직전인 5월까지 2만430건을 기록했다. 윤달이 존재했던 2014년(양력 10월 24일~11월 21)에는 개장 화장을 하는 경우가 10ㆍ11월 두달 동안 3만4691건이나 됐다.
한 공원묘지 관계자는 “분묘를 없애고 납골당이나 자연장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면서 “최근에는 개장을 더욱 많이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김성민(47) 씨 어머니도 “나 세상 뜨면 돌아가신 아버지랑 같이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김 씨는 추석을 앞둔 지난 주말 어머니를 모시고 충청남도 목천에 위치한 선친 묘에 성묘를 다녀왔는데 오르막에 있어 좀 힘들어 하자 ‘(내가 죽으면) 괜히 무덤을 만들어 찾아오느라 고생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때마다 그런 말씀 말라고 하지만 착잡하기도 하다”면서 “우리 세대야 당연히 부모님 묘를 관리하고 성묘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식 대에서는 그렇지 않을 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 부인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화장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장묘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혹은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화장하는 경우가 지난해 사망자 5명 중 4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 e하늘 통계에 따르면 2016년도 전국 화장률(잠정치)은 82.3%나 됐다. 1994년 화장 비율이 처음 20%를 넘어선 후 22년만에 4배가 됐다. 우리나라 화장률은 2005년 52.6%로 매장률을 넘어선 이후에 2011년 70%를 돌파했다. 2012년 74%, 2013년 76.9%, 2014년 79.2% 등으로 꾸준히 올랐으며 2015년에는 80.8%로 최종 집계됐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관리와 경제적 이유 때문에 토장보다는 화장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며 “부모세대에서도 계속되는 장지 관리 문제와 비용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점차 늘면서 화장률은 오는 2020년까지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