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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건물관리인 “손석희 믿었다”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최순실 태블릿PC를 세상에 알린 JTBC측에 취재 편의를 제공한 건물 관리인 노광일씨가 “손석희를 믿었다”고 말했다고 11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노광일씨 이야기가 보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씨는 정권 교체 후 보도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건물 관리인 또는 경비원으로 불리는 노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결정적 증거물인 태블릿PC를 JTBC가 입수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도운 인물이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 사태의 숨은 의인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사진=JTBC]

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8일 JTBC, 한겨례, 경향신문 등 3개 언론사 기자가 최순실의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아온 언론사가 JTBC였고, 또 JTBC 기자였기 때문에 그를 도왔다고 그는 말했다.

노씨는 “어느 기자가 찾아와서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자기 신분을 안 밝혔다. 그냥 ‘4층에 있던 분들 이사 가셨냐? 어디로 이사를 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건 왜 묻냐. 나는 모른다. 부동산에 가서 물어봐라’고 말했다. 기자가 ‘어디 부동산이냐?’고 묻길래 ‘나도 모른다. 어디 이 근처일 테니 돌아다니면서 한번 찾아봐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기자가 밖으로 나가더라”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한 1시간쯤 지났나. 다시 그 기자가 찾아왔다. ‘4층 사람들 연락처라도 좀 알려달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려주냐’고 했더니, ‘JTBC 기자’라며 자기 신분증을 보여줬다. 김필준 기자였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진작 말하지 왜 이제야 말 하느냐, 처음부터 JTBC라고 했으면 내가 협조했을 텐데…’라고 했다”고 말을 이었다.

또 “김필준 기자를 내 사무실로 들여서는 ‘뭘 도와드릴까?’ 했더니 ‘더블루케이가 이사를 가면서 남기고 간 게 없느냐’고 묻더라.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파일 등 잡동사니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내가 혹시 취재 단서라도 될지 모르겠다며 그것들은 보여줬다. 또 더블루케이 사람들의 연락처 차량번호 같은 것도 다 알려줬다”고 말했다.

노씨는 “그렇게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김필준 기자가 ‘혹시 4층 사무실 좀 들어가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더라. 그래서 ‘뭐 없을 텐데...책상 하나 달랑 남아있는데...그래도 올라 가 봅시다’하고 같이 여기 지하 2층 사무실에서 4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어주고 ‘한번 찾아봐라’고 했더니, 역시 기자는 다르더라. 벽장을 타다닥 열어보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고영태가 쓰던 책상 쪽으로 가서 서랍을 열어봤다. 먼저 위 서랍을 열어보니 몇 가지 서류가 있었다. 펜싱 관련 기획서, 배드민턴 사업 구상 같은 것들이 있었다. 김 기자가 그걸 스마트폰으로 찍고 원래 자리에 뒀다. 왼쪽 서랍을 여니 거기에 문제의 태블릿 피시가 나왔다. 오른쪽 서랍을 여니 캐논 카메라가 남겨져 있었다. 태블릿 피시를 열어보려고 했는데 전원이 나가 있고, 충전할 것도 없었다. 김 기자가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물어서 ‘물론이다. 필요하다면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취재하러 온 다른 언론들에 모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건 아니었다.

그는 그의 도움으로 취재한 기자들의 보도가 이어진 다음날에 대해 “조선일보를 비롯해 많은 기자들이 찾아왔다. 와서는 4층 더블루케이 사무실 열쇠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없다. 왜 그런 걸 나한테 묻느냐고 잡아뗐다”고 말했다.

노씨는 ‘왜 JTBC만 도왔나’는 질문에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손석희 사장을 믿은 거다. 두 번째는 신문보다는 방송의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 거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온갖 뉴스를 다 봐왔다. 내가 도와줄 기회가 오니 자연스럽게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1957년생인 노광일씨는 올해가 환갑으로 고향은 전남 함평이라고 한다.

그의 이력은 이채롭다.

한겨레신문 창간 독자였고, 경향신문 배가 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조아세)’에 참여해 초기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현재는 뉴스타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팩트TV, 국민TV 등 독립언론에 매월 1만원씩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단체에 내는 돈을 다 합치면 한 10만원쯤 된다. 내가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그걸 모아서 내는 거다. 글을 쓸 재주도 없고, 돈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독립언론을 돕고 싶어서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기도 했다는 것.

그는 “노사모 초창기 멤버다. 2002년 대선 때는 참 열심히 뛰었다. 내가 제약회사에서 한 일이 약국의 약사들에게 약을 파는 영업사원이었다. 그런데 그 약사들을 상대로 국민참여경선 신청서를 모으고 후원금을 걷었다. 내가 모은 국민참여경선 신청서가 한 200장 됐다. 그랬더니 회사 전무가 ‘너 그렇게 하면 노무현이 뭐 복지부장관이라도 시켜준다고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을까하고. 아마도 하늘에 계신 우리 노짱님(노무현 대통령)이 이걸 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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