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저귀시장 545억弗 규모 부직포·접착제·흡수제 등 화학 최강기업 모두 한국에
이달 초 영국으로 출국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짐 중에 아기 기저귀 2박스가 눈에 띄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청용 선수가 “영국 기저귀가 질이 좋지 않다”며 국내 제품 구입을 부탁, 이를 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늘어나는 소득은 산업 지도를 바꾼다. 아기 기저귀와 여성 생리대가 대표적인 예다. 1인당 GDP 5000달러 미만 개도국에서는 1회용 아기 기저귀와 생리대가 귀하다.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이 1만 달러에 가까워지면 이들 제품의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우리나라나 일본, 서구 선진국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 없지만, 1인당 국민소득 7000달러를 막 돌파한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1회용 아기 기저귀와 여성 생리대 판매량은 매년 신기록을 찍고 있다. 여기에 떠오르는 10억 인구 시장 인도까지 조만간 가세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 세계 1회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약 545억 달러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연 평균 8% 씩 성장하고 있다. 빠른 공업화로 2000년대 들어 1인당 GDP가 5000달러를 넘어선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1년에는 1회용 아기 기저귀 시장이 약 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매년 수천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중국과 인도의 1회용 제품 사용률이 아직 30%를 밑돌고 있어,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아기 기저귀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여성 생리대, 그리고 성인용 기저귀 시장까지 감안하면, 진짜 ‘블루오션’이다. 떠오르는 ‘블루오션’을 향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도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회용 기저귀의 핵심인 흡수제를 만드는 LG화학, 기저귀를 고정시켜주는 접착제 수지의 코오롱과 한화케미칼, 부직포를 만드는 휴비스, 신축성 좋은 기저귀 외피 소재 ‘크레오라 컴포트’를 만드는 효성 등 화학 강자들이 최근 앞다퉈 신제품 개발과 설비 증설에 나섰다.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오랜 시간 동안 잡아두는 고흡수성수지(SAP)에서는 LG화학의 투자가 돋보인다. 바스프, 에보닉 등 서구 화학회사의 수십년 독점 무대였던 SAP 시장에서 LG화학은 연산 36만톤으로 세계 4위에 올랐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1조4000억 원 수준이던 SAP 매출도 3년 후 1조7000억 원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인덱스(INDEX) 2017’에서 기저귀용 스판덱스로 주목을 받았다. 아기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흘러내리지 않는 파워를 가진 스판덱스 ‘크레오라 파워핏’, 신축성과 착용감을 강조한 ‘크레오라 컴포트’가 그 주인공이다. 뛰어난 신축성으로 스포츠웨어와 스타킹, 속옷 등에 주로 사용됐던 스판덱스의 활용 범위를 1회용 아기 기저귀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1300억원을 투자, 여수에 연 5만톤 규모의 수소첨가 석유수지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섰다. 기저귀를 몸과 고정시켜주는 접착 밴드에 들어가는 접착제 원료다. 이 시장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40여년 전 일찌감치 진출, 연산 9만톤으로 세계시장 3위를 달리고 있다. 또 휴비스는 접착 밴드로 사용되는 위생 부직포에서 세계시장 4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회용 아기 기저귀나 유사 제품 시장은 신흥 개도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안전성와 브랜드 파워, 지리적 근접성 등에서 아시아 및 유럽 경쟁 업체보다 한 발 앞선 점이 우리 화학 기업들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