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가구나 악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목재 ‘로즈우드’의 멸종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불법 밀거래를 제재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17차 당사국회의에서 300여 종의 로즈우드에 대한 밀거래를 단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새 방안에 따르면 로즈우드 산림이 지속가능하다고 판단돼 허가를 받은 일부 종에 한해서는 벌목을 할 수 있지만, 허가받지 않은 벌목은 제재 대상이 된다.
국제사회가 이같이 합의한 것은 로즈우드 남벌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UN마약범죄사무국에 따르면 로즈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매되는 야생천연물로, 압수물의 가치로 따졌을 때 코끼리 상아, 천산갑, 코뿔소 뿔, 사자, 호랑이를 합한 것보다도 규모가 크다. 동남아시아는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상당 부분 황폐화됐고, 이제 아프리카나 중앙아메리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NGO단체인 환경조사국(EIA)의 한 관계자는 갱단이 국경을 넘나들며 로즈우드를 베고 있다며 “한 곳에서 나무가 희귀해지거나 당국이 제재를 강화하면, 그림자 조직은 빠르게 다른 나라로 옮겨가서 새롭게 숲을 파괴하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로즈우드 남벌의 문제는 현지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은 기존에 로즈우드를 전통 약재료나 숯으로 이용했는데, 숲이 파괴되면서 그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차례로 로즈우드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 세계 로즈우드 무역량은 2005년 이래 65배 뛰어 현재는 한 해 22억 달러(2조4300억 원)에 달할 정도에 이르렀는데, 이는 중국에서의 수요가 폭증한 탓이 크다. 붉은 빛깔이 매력적인 로즈우드는 중국에서 ‘홍무’라 불리는 엔티크한 가구의 재료로 이용되는데, 최근 중국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수요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단체 포레스트 트렌드(Forest Trends)에 따르면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 로즈우드를 수입한 양은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7배나 뛰었다.
EIA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200만㎥의 로즈우드를 수입했는데, 이는 수백만 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목재 중앙부의 어둡고 단단한 부분만 가구에 이용되기 때문에 70~80%는 버려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