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인베브는 왜 SAB밀러 인수했나 AB인베브 역사는 줄기찬 M&A의 역사 버드와이저·OB 등 200개 브랜드 보유 합병 마지막 관문, 독과점 심사 통과 남아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는 지난 30년 간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업체다. 그 역사는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200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거느리며 전 세계인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이 회사의 성장전략이다. 122조원에 이르는 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사브밀러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맥주시장 성장세 둔화, 중국시장 잡아라=AB인베브가 무려 5차례나 가격을 제시하고 50%의 프리미엄을 붙이며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기존 맥주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중국이 새로운 큰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수제맥주와 와인 등으로 확대되면서 전 세계 맥주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글로벌 맥주시장 규모는 6510억달러로 전년대비 늘었으나 2004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1.3%에 불과하다.
통계포털사이트인 스태티스타는 꾸준히 성장하던 맥주 생산량이 지난해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했다. 마켓워치는 2009년 급등했던 AB인베브의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도 올 2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유럽과 북미지역의 성장둔화가 뚜렷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들의 소비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은 10년 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맥주시장으로 떠올랐으며 시장 규모도 미국의 2배로 커졌다. 사브밀러는 중국 내 매출 1위 브랜드인 쉐화(雪花)맥주를 생산하는 화룬(華潤)쉐화 지분 49%를 갖고있다.
AB인베브 역시 하얼빈(哈爾濱), 쉐진(雪津), 웨이쉐(緯雪) 등 중국의 대표적인 맥주브랜드 20여개를 인수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브밀러의 중국 맥주시장 점유율은 23%로 AB인베브의 점유율은 15%를 압도한다. 사브밀러를 인수할 경우 AB인베브는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AB인베브, 그들의 인수합병 역사=지난해 매출액 470억달러, 임직원 수 15만5000명에 달하는 AB인베브는 1999년부터 M&A를 추진하며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코로나, 벡스, 스텔라 아르투아, 한국의 오비맥주 등 200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맥주생산업체로 거듭났다.
AB인베브의 역사는 1888년 브라질에서 설립된 브라마에서 시작됐다. 브라마는 1999년 같은 브라질 업체인 안타르치카를 인수하고 암베브(Ambev)가 됐다. 합병 당시 두 기업은 브라질 최대 맥주생산업체였다.
2004년엔 당시 세계 3위 업체인 인터브루(Interbrew)와 5위업체 암베브가 합병, 인베브(Inbev)가 되면서 세계 1위 업체로 우뚝선다. 인터브루 역시 M&A로 탄생한 기업이다. 벨기에의 아르투아(Artois)와 피드뵈프(Piedboeuf)가 1987년 합병하면서 인터브루로 성장했고 아르투아는 1366년 설립된 역사가 깊은 기업이었다.
2006년 인베브는 중국의 푸지안 세드린을 인수해 중국 내 3위업체가 됐으며 2007년엔 캐나다의 라밧(Labatt)을 인수했다. 지난 2008년 11월에는 미국의 앤호이저-부시와의 합병에 성공해 기업명을 AB인베브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합병 당시 인수가는 주당 70달러였고 총 52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 독과점 심사=양사가 합의했지만, 그렇다고 100% 합병되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높아 각국에서 반독점 규제당국의 독과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마켓워치는 합병승인을 위해 규제당국이 일부 자산에 대한 매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KBC증권의 윔 호스테는 블룸버그통신에 “AB인베브가 합병을 위해 16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상무부의 반독점법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브밀러와 AB인베브 두 기업의 중국시장 점유율 합계는 38%에 이른다.
마켓워치는 AB인베브가 규제장벽을 넘지 못하거나 주주들로부터 합병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사브밀러에 30억달러의 위약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