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서울에 사는 대학생 A(24)씨는 최근 집안에 급한 사정이 생겨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을 지출하게 됐다. 곧 개강하는 2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이 다가왔고 현금이 궁해진 A씨는 당장 400만원에 가까운 목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신용 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하려 했지만 알고보니 A씨가 다니는 대학은 카드를 받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부랴부랴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됐지만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 B씨는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는 걸 보고 화가 치밀었다. A씨는 “대학도 교육이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데,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은 소비자인 학생들에 대한 ‘갑질’ 아니냐”고 말했다.

사본1-[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카드 결제 안 되는 ‘甲질’ 대학 10곳 중 6곳
국내 대학교 10곳 중 6곳은 등록금의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카드 회사에 내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소비자인 학생들에 대한 편의 제공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학교 중앙 도서관 전경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국내 대학교 10곳 중 6곳은 등록금의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카드 회사에 내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소비자인 학생들에 대한 편의 제공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1개 이상의 신용카드로 2015년 2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대학은 총 162곳이다.

이는 대학정보공시센터 공시 대상인 전국 대학 425곳 중 38.1%에 해당된다.

10곳 중 4곳만 카드 결제가 가능한 셈이다. 그나마 이들 대학 중 절반 이상은 단 1개사의 카드만 받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거나 다닐 대학이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다 해서 입학이나 등록을 하지 않고 다른 대학으로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학교 입장에선 굳이 2% 내외의 수수료를 떼어줄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등록금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낮게 적용해 대학들로 하여금 등록금 카드 수납 비중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불법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카드 수수료 원가(적격비용) 이상의 수수료를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에 대해서는 이를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지난 6월엔 대학 등록금에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학에 카드 결제를 강제하면 등록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입장에선 카드 결제가 의무가 되면 수수료를 등록금에 포함해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카드 할부 결제와 비슷하게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등록금 분할 납부 제도’를 확대하고,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B모(23)씨는 “물론 등록금 분할 납부 등 대안도 있다”면서 “하지만 대학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단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은 소비자인 학생들에 대한 ‘갑질’ 아니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