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경책 구사 끝에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 불은 껐지만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르켈은 그리스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분열 위기를 봉합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와 지원 찬성파로부터는 그리스를 너무 가혹하게 다룬다는 야유가 이어졌고, 이제는 반대파로부터 또 다시 그리스의 페이스에 말렸다는 비아냥을 듣게 생겼다.

[그리스 타결] 메르켈은 패배했다?…“큰 대가 닥쳐온다”

그리스가 국민투표로 기세를 올릴 때부터 독일의 진보 언론들이 앞서 다룬 것 처럼 단기적으로 메르켈은 이미 패배했고, 정치적으로 크게 상처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리스의 부채 위기가 시작된 2009년 이래로 메르켈은 구제금융 결정에 앞서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지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매번 쌍두마차 프랑스 등의 양보 요구에 이끌려 못 이기는 척 타협했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르켈은 이번에는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타협하는 것은 좋은 유럽인이 아니다”라는 하위명제를 무게 있게 추가했다. 이는 그리스와 함께하는 유로존을 구하되, 원칙있는 타협으로 유로존의 질서를 정돈하고 원심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한시적 그렉시트가 카드로 나온 배경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분열 방지 보다는 질서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리스를 몰아붙이며 13일(현지시간) 타협에서 그리스의 세부 개혁리스트를 받아냈다. 그는 이날 협상 타결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그리스에 신뢰 회복을 주장하며 갈 길이 멀고 험하다고도 했다.

메르켈은 3차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CDU와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 소속 연방의원이 100명을 헤아리는 등 정치적 난관이 그 앞에 놓여있다. 독일 정치권은 무엇보다 그리스 위기는 내내 완전한 해결 없이 지속할 난제라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