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우리나라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몰고 온 첫 번째 환자의 1차 감염ㆍ2차 감염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메르스 첫 환자이자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로 알려진 Q(68)씨에 대한 역학 조사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서다.

5일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Q씨는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중동 출장 도중 회의만 했다”며 낙타와의 접촉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Q씨가 사실대로 증언했다고 가정하면 그가 어떻게 메르스에 감염되게 됐는지, 즉 감염 경로를 밝히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첫번째 환자 2차 감염이면, 한국은 이미 4차감염자 발생한 것’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의 경우 낙타와 직접 접촉했거나 원인 불명이면 1차 감염으로 분류된다”며 “메르스 환자의 30%만이 낙타와 접촉 경험이 있으며 원인 불명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발병 직전 Q씨가 중동에 다녀온 시기는 낙타를 통한 메르스 감염 위험이 높은 시기다. 낙타는 대개 3월께 새끼를 낳는 데 중동에선 그 직후인 4∼5월에 메르스 환자 발생이 잦다. 하지만 Q씨의 말대로 중동 사람 등과 회의를 하다가 현지 1차 감염자와 포옹 등 긴밀 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만약 중동 현지에서 1차 감염자와 긴밀 접촉했거나 병원을 방문한 뒤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라면 Q씨는 2차 감염이 된다. 역학 전문가들 사이에선 “낙타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고 현지 병원을 방문하지도 않았다”는 Q씨의 답변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Q씨의 말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11일부터 발열ㆍ기침 증세를 보인 Q씨는 네 곳의 병ㆍ의원을 차례로 방문했는데, 11∼17일에 치료받은 세 병ㆍ의원에선 자신이 “중동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밝히지 않았다. 또 제대로 걷기도 힘들만큼 증상이 심한 상태로 찾은 4번째 병원에서도 Q씨는 자신이 바레인을 다녀온 사실만 인정했을 뿐 처음엔 사우디 방문 사실을 숨겼다.

역학조사 전문가들이 나중에 출ㆍ입국 관련 기록 등을 제시하자 그때서야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털어놨다.Q씨는 중동에서 농업 관련 사업을 하고 중동을 자주 다녀와 메르스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 역학전문가는 추정했다. Q씨는 한때 폐렴 등으로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지만 현재는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의대 백순영 교수(미생물학)는 “만약 Q씨가 역학조사에서 2차 감염으로 판정된다면 현재 국내 2차 감염 3차 감염, 3차 감염은 4차 감염이 된다”며 “메르스는 1차에서 2차, 3차로 갈수록 치사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격리 치료 중인 Q씨의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반드시 밝혀야 할 부분이 적지 않으며 Q씨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학 조사에서 Q씨 같은 첫 번째 환자, 즉 인덱스 환자(index patient, patient zero)의 감염 이유와 경로를 찾아내는 것은 전파를 막는 데도 매우 소중한 정보여서다.

한편 백 교수는 5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할 예정인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종(變種) 여부가 이번 메르스 사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변종이 아니라면 지역사회에 퍼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변종이라면 지역사회 감염ㆍ공기 전파ㆍ팬데믹(Pandemic, 전 지구적 유행)까지 염두에 두고 방역 대책을 완전히 새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