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올해 가뭄으로 최악의 기아 사태 올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 올해 북한이 가뭄으로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유엔의 경고가 나왔다. 유엔의 북한 상주조정관 굴람 이사크자이는 30일 인터뷰를 통해 “가뭄이 올해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 또는 기아와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사크자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강수량은 최근 30년 동안 가장 적었고, 전년도인 2013년과 비교해도 40∼60% 가량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엘니뇨 현상으로 올해도 가뭄이 이어질 경우 내년도 식량 사정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쌀농사 계절이지만 심한 가뭄 탓에 북한의 농민들이 (쌀 대신) 물을 덜 사용하는 옥수수로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가뭄과 종자부족으로 감자, 밀, 보리 등 북한의 이모작 수확량이 작년보다 18%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2월 발표한 바 있다.

지금도 인구의 70%가 ‘식량 불안정’ 상태로 분류되는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유엔은 영양제를 학교와 병원에 공급 중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핵개발에 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반발해 인도적 지원조차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식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사크자이는 “원조를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하지 말자”며 “북한은 식량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아마도 인도, 중국, 러시아에 손을 벌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식량난은 100만여명이 숨진 1990년대 기아 사태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당국도 최근 법규정을 고쳐 가족 단위의 소규모 농장 운영을 허용하고, 온실 2만개 건설사업에 착수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한편, 가뭄으로 수력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워진 탓에 북한의 전기 생산량이 50%가량 줄었다고 이사크자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