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3자 회동 이후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대타협기구 종료에 임박해 야당안을 내놓은 뒤 여당은 물론 공무원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공식적인 언급이 전혀 없어 문 대표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표는 27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발언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문 대표는 “4월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서민들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다.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도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야 한다”며 ‘경제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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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문재인 당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br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323 23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문재인 당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323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원칙’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문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현미 의원은 “문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 관련 당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딱 청와대 회동까지라는 일종의 원칙이 있었다. 문 대표가 이 원칙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회동 후 발언을 삼가고 있다”며 “회동 후 문 대표는 협상 주체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윤근 원내대표만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극히 일부가 야당안에 반대했지만 연금개혁에 대해 설명했고 공무원단체들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입을 닫고 있는 사이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문 대표를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안을 보면 개혁의 핵심인 얼마를 더 내고 얼마를 덜 받을지 확인하기 어려워 국민들이 더 헷갈리고 있다”며 “야당은 앙꼬 없는 찐빵 같은 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제1야당이 뭐가 두려워서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는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단체들도 문 대표의 대답을 촉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당사를 점거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측은 “문 대표가 공무원 노조의 동의 없이 연금개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야당의 자체개혁안을 발표했다”며 문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앞서 문 대표도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단체 설득이 안되는 상황에서 우리 안을 공개하면 공무원단체가 대타협기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가 일정한 시기가 되면 공무원노조를 만날 수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ㆍ여당이 문 대표를 향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회동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표도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 때가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답해 문 대표가 입장을 밝히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