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지구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갈수록 호흡곤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AFP통신은 3일 “지구의 폐, 아마존에 쌓인 탄소의 절반 이상이 원시림과 자연보호구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올해 평균 지구온도가 기상관측 13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미국이 추수감사절에 45㎝ 폭설에 파묻히며, 호주가 하늘에서 테니스 공만한 우박의 습격을 받은 것 모두 탄소에 신음하는 ‘아마존의 눈물’과 무관치 않다.
1일 페루에서 개막한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배포된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탄소 총량의 55%가 아마존 밀림지역에 분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뿜어내야 하는 아마존의 ‘탄소 자정작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아마존 전체 탄소량은 4만7363t으로 콩고와 인도네시아 산림에 축적된 양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9개 남미 국가에 걸쳐 있는 410만㎢의 아마존 원시림은 벌목과 경작, 광산개발과 인프라 프로젝트, 석유시추로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아마존 보호를 위한 환경단체 ICBAB의 에드윈 바스케스 공동 대표는 “이렇게 강력한 (파괴)압력은 처음”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2000년 한 해에만 영국 영토 만한 아마존 원시림(2만5300㎢ 이상)이 사라졌다. 원인은 기후변화, 농업확장, 인프라 건설, 광산개발, 벌목, 화석연료 추출과 연관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아마존 원시림에 쌓인 탄소의 20%가 위험수준”이라며 이 지역은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를 합한 것보다 큰 열대우림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사회환경단체(ISA)의 베토 리카르도는 “현재 예정 중인 모든 아마존 개발사업이 실제로 시행되면, 이 지역은 산림 섬을 가진 ‘거대 초원(giant savanna)’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국제 환경단체들은 남미 정부와 국제사회에 원시림 권리 강화와 아마존 투자 재고를 촉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9월에는 페루 아사닌카족 네 명의 지도자가 산림파괴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인 이후 피살되기도 했다. 이들 중 적어도 한 명은 환경운동에 앙심을 품은 불법 벌목업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 아마존 원주민은 33만3000명에 달한다.
때문에 현지 환경단체와 원주민들이 페루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아마존 원시림 파괴가 핵심 의제로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2일까지 열리는 페루 기후회의에는 195개국 정부 대표를 비롯해 국제기구 대표, 산업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 1만명 이상이 참석해 신기후체제 협상 방향을 결정한다.
신기후체제는 선진국에 대해서만 감축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참여하는 국제 기후체제를 말한다.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 감축만을 중심으로 한 체제였다면, 신기후체제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감축, 적응, 재정, 기술, 역량강화, 투명성 등을 더욱 폭넓게 다룬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당사국총회 참가국들은 신후기체제 협상을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