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르는 의무)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고(故) 박지영 씨의 의사자 지정을 적극 검토한다면 국민 화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변호사인 조우성(46) 기업분쟁연구소장이 박지영(22) 씨의 의사자 인정을 위한 법률 지원에 발벗고 나선 이유다. 박 씨는 지난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구조를 돕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의사자 지원제도는 자신의 ‘직무 외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을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나 그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사자로 선정되면 고인의 유족에게 의사자 증서와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 예우가 주어진다. 의사자의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ㆍ이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의사상자법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해야만 한다’는 규정이다. 즉 박 씨는 세월호의 승무원이었기에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노력은 ‘자신의 직무’에 해당되며 의사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박 씨의 의사자 지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박 씨가 승무원이기 때문에 ‘그 사람 업무 아닌가’하고 얘기할 수 있지만 판례는 업무를 좁은 의미에서 본다”고 그는 설명했다. 즉 위기 발생 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인 박 씨가 승객들을 다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박 씨도 (의사자) 신청을 하면 비슷한 판례들을 보았을 때 의사자 인정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의사자로 인정되는 문이 굉장히 좁다”고 비판했다. “의사자 신청을 보건복지부가 거부하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고등법원ㆍ대법원에서까지 다투는 경우가 굉장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자 인정 폭을 넓혀야 살신성인을 실천하신 분들께 마땅한 예의다. 희생정신을 기리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22일 복지부 관계자는 “박 씨의 행위를 뒷받침하는 진술 등 심의에 필요한 서류만 갖추면 심의위원회를 여는 데 문제 없을 것”이라며 “의사자 신청을 대비해 관련 법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기훈 기자/ki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