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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리지 않는 삶, 풀어내는 또다른 수학
수학적으로 바라본 삶의 주제
생명·신비 등 다채로운 이야기

기술아닌 철학인 수학의 진화
인류 미래원동력 가능성 증명


할리우드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는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시가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 삼아 모이를 쪼아 먹는 비둘기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려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풀어내려는 수학자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지만 우리 삶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수학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드물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수학을 입시를 위한 수단 혹은 계산을 위한 기술 정도로 여기고 있다. 또한 세상에는 수학으로 예측하거나 계산할 수 없는 일도 적지 않다.

수학과 세계
루돌프 타쉬너 지음
송소민 옮김
알마
▶수학은 ‘살아 있는’ 수를 다루는 학문
=‘수학과 세계’는 수학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우리가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질문한다. 저자인 루돌프 타쉬너 오스트리아 빈공과대학 교수는 시대를 풍미한 수학자와 철학자들이 종종 자신의 이론에 맞는 쪽으로 진실을 조작해 이해했다고 주장한다. 즉 진실이 그들의 이론을 따른 것이지, 진실에 따라 이론을 세운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4와 8이란 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에 맞춰 그는 지상세계가 불ㆍ공기ㆍ물ㆍ흙 등 4원소로 이뤄져 있다고 봤고, 움직이는 천체와 항성을 포함하는 유동하는 세계를 여덟 개의 천구 영역으로 나눴다. 이때부터 숫자 8은 건축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유럽 대성당의 궁륭(한가운데는 높고 주변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아치형 곡면 구조) 건축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 밖에도 저자는 잘 짜인 수학 방정식을 개발해 하늘의 현상에 신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던 라플라스, 시간은 신이 내린 선물이지 사고파는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토마스 아퀴나스 등 수학과 생명, 빛, 예술, 도덕 등을 둘러싼 재미있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세상을 더욱 풍성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수학이 죽어 있는 불변의 수로 구성된 학문이 아닌 넓은 의미에서 살아 있는 수로 구성된 학문이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계산해내려 했던 수많은 기획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학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수학을 골치 아픈 학문으로 여긴다. 수학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입시를 위한 수단 혹은 계산을 위한 기술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집부터 스마트폰까지 수학은 우리의 삶 거의 모든 부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문명과 수학
EBS 제작팀 지음
민음인
▶수학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문명과 수학’은 수학은 기술과 계산이 아니라 사유와 철학의 학문이라며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EBS ‘다큐프라임’ 5부작으로 제작된 ‘문명과 수학’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대한수학회 특별공로상, 대한민국과학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책은 세상에 왜 수(數)가 탄생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를 다루는 수학이 가시적인 우리의 삶과 얼마나 치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살핀다.

1부 ‘수의 시작’은 인류 최초의 수학책인 고대 이집트의 아메스 파피루스를 통해 당시 수학의 수준이 현대수학에 버금갈 뿐 아니라 4000년 전 화려하게 꽃피운 문명의 근원이었음을 탐구한다. 2부 ‘원론’은 우리가 수천년 동안 유클리드의 기하학 위에서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논리와 증명의 위대함을 일깨운 피타고라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 ‘신의 숫자’는 인도에서 태어나 더해도 빼도 변함이 없는 숫자 0이 열어가는 무(無)와 무한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친다. 이번 책에 새롭게 추가된 4부 ‘문명의 용광로’는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인도의 수학이 한곳에 녹아들어 새롭게 진화한 중세 학문의 메카 이슬람을 다룬다. 5부 ‘움직이는 세계’는 미적분이라는 수학적 표현을 이용해 우주의 원리를 풀고자 하였던 뉴턴, 미적분의 중요성을 알고 평생을 연구에 매달린 라이프니츠의 생애를 들려준다. 6부 ‘남겨진 문제들’은 직업은 판사였지만 취미로 수학 문제를 만든 페르마, 보지 않고서도 우주의 모양을 추측하고자 했던 푸앵카레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문명과 수학은 하나였고, 수학은 우리 삶의 학문이자 철학자들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세대를 이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수학자들의 고집은 수학이 정지된 대상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도 계속 살아 숨 쉬면서 인류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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